경제·금융

외국노동자 짓밟는 ‘어글리 코리안’

"밀린 임금 주겠다" 부른후 불법체류자로 신고해 추방<br>'살인적 노동' 못이겨 도망간 미등록자 되레 고발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2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단속·추방 중단 등 인권보호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상순기자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못받아 노동부 구제 절차를 밟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 돈을 주겠다며 부른 후 경찰에 신고, 돈도 안주고 강제 출국시키는 비정한 한국 기업인이 국가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갈 곳 없는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 자기 욕심만 챙기는 일부 기업주들이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원성과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산 모 제조업체에서 3년간 일하고 퇴사한 중국인 이주노동자 C(36)씨는 퇴직금 액수 산정과 관련해 업체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체불이 계속 되자 부산지방노동청에 진정, 출석조사를 받기로 했다.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업체 관계자는 “돈을 줄테니 회사로 오라”고 했고, 혼자 업체를 찾아간 C씨를 그만 경찰이 연행해 버렸다. 업주가 미등록 노동자인 C씨의 약점을 이용해 경찰을 부른 것. 필리핀인 D(35)씨도 비슷한 경우다. D씨는 포항의 한 공장에서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일하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이기지 못해 업체를 이탈, 미등록 노동자가 됐다. 임금 일부와 퇴직금을 받지 못한 D씨는 이후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에 진정을 했고, 지난해 8월 조사를 받기 위해 노동청에 출석했는데 함께 출석한 업주가 그의 미등록 사실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고발해 버렸다. 전국 외국인 노동자 관련 단체마다 이처럼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안산 이주민센터에 접수되는 임금체불과 폭행, 성폭행 등 인권유린 사례는 한해 5,600여건에 이르고 있다.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 관계자는 “미등록 노동자가 연행되면 더 이상 권리구제 절차를 밟지 못하고 강제출국 당할 수 밖에 없다”며 미등록 노동자의 권리실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업주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노동부는 먼저 권리를 구제해준 뒤 출입국사무소에 알린다는 ‘선구제 후통보’ 지침을 갖고 있는 반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는 업주의 신고만 있으면 무조건 미등록 노동자를 잡아가두도록 한 규정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입국사무소 내에서도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되는 등 사정이 있을 경우 강제퇴거가 아닌 자진출국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지침을 정해놓고 있지만 외부기관인 경찰이 법에 따라 불법체류자의 신병을 인도할 경우 거부할만한 법적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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