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새해 벽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 대통령의 갑신년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4월 총선 등 정치적으로 뚫고 나가야 할 난관들이 즐비한 데다 경제도 다시 살아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경제 대통령 선언 할까 = 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최근 측근비리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검찰의 발표로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음에도 새해 화두로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청년 실업, 부동산 가격 안정, 사교육비 문제에 적극 대처해서 이제 서민들도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올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 민생 안정을 이루는 데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할 각오”라며 새해를 맞은 포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이 신년 구상의 제1성으로 경제 회복을 강조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와 정쟁(政爭)으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자살급증, 이혼증가 등으로 사회 전체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지난 30일 새해 경제운용계획에서 밝힌 대로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늘려 대다수 가정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을까하는 방법론 찾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 경제대통령을 선언할 지도 관심사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이다 경제살린다` 계속 떠들면 그것이 상당히 분위기를 조성 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서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새해에는 대통령이 경기회복에 앞장서겠다는 선언적인 의미로 경제대통령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정국 돌파 카드 = 정치적으로는 뭐니뭐니해도 노 대통령이 얽혀있는 정국을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정치권이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재신임과 대선자금 카드로 정국을 돌파해 온 노 대통령이 총선전 약발이 더 센 또 하나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노 대통령 자신이 마치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세워 온 도덕성이 최근 측근비리 개입 발표로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측근비리 특검 이후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국민투표 이외 방법으로 재신임을 받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다. 이에따라 재신임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신년사서 “정치에 대한 여러분의 절망감과 호된 질책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올해를 지역주의 정치, 부패정치를 청산하는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도덕성 훼손으로 벼랑 끝으로 몰린 자신의 정치적 위기 극복과 아젠다(의제)로서의 정치개혁 등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주목된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