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시안게임 화제의 순간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42개 종목에 45개국 1만2,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규모 면에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보다도 컸다. 덕분에 황당하고 희한해 화제를 모은 장면들도 여느 스포츠 대회보다 많았다. ◇태권도 대만 선수 실격패=가장 큰 시비와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대만의 태권도 선수 양수쥔의 실격패였다. 여자 48㎏급에 출전했던 양수쥔은 예선 1회전에서 9대0으로 리드하던 중 경기 종료 직전 불법 장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실격패 당했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일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골프 선수 “선수 맞나요?”=골프 남자부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의 알리 아마드 파젤은 나흘간 179오버파 467타를 쳐 75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메달을 딴 김민휘(18ㆍ신성고)에 무려 194타나 뒤진 타수. 잔디 없이 모래만 덮여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골프장에서 주로 연습했다는 파젤은 “잔디에서 처음 치다 보니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야반도주’한 필리핀 체스 선수=26일 중국과 체스 남자부 결승을 앞둔 필리핀 선수단은 25일 밤 주축 선수인 안토니오 로젤리오 주니어가 갑자기 필리핀으로 돌아가버리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로젤리오는 몸이 아프다며 선수단에 알리지도 않고 홀연히 귀국 비행기에 올라탔고 필리핀은 결승에서 중국에 0.5-3.5로 져 은메달에 그쳤다. 팀 동료인 존 폴 고메스는 “만일 그가 여기 있다면 우리는 그를 마구 두들겨 팼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몽골 야구 ‘방망이는 하나면 돼’=몽골 야구 대표팀은 배트를 한 자루만 들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나무 방망이 가격이 비싸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한 몽골팀은 급한 대로 한 자루로 돌려쓰기로 한 것. 경기 도중 방망이가 부러지면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아시아연맹의 도움으로 다른 회원국의 지원을 받았다. ◇암도 막을 수 없는 인간 승리=레슬링 남자 자유형 60㎏급에서 은메달을 딴 오다 히로유키(일본)는 갑상선암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올 여름 암 진단을 받은 오다는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후 일본으로 돌아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다시 아시안게임에 나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을 변명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는 오다는 “은메달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결승전 패배에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암 수술을 앞두고 이번 대회 인라인롤러 페어 스케이팅 부문 출전한 대만의 천리신은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천리신은 “롤러 스케이트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일생동안이라도 암에 맞서 싸워나가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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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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