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유엔사무총장, 꿈이 아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4일 차기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AFP통신은 이미 태국 부수상과 함께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하고 나섰다. 반장관의 UN 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에 관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반 장관의 단점과 강점은 무엇이고 선거 전략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를 필자 나름대로 짚어보고자 한다. 코피 아난 현 UN 사무총장의 임기가 올 12월 말로 끝나므로 차기 총장 선출은 6~7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출마자는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반 장관 외에 7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반 장관의 약점은 첫째, 미국의 UN 주재 볼턴 대사가 “아시아 지역의 차례를 꼭 지킬 필요가 없다”고 공언한 대목이다. 그 후 미국은 UN 사무총장이 지역순번제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동구권 폴란드나 라트비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지 사령부를 옮기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이 예상 후보 중의 하나인 폴란드의 전직 대통령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를 의중에 두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한국은 분단국이요, 분쟁 당사국이기 때문에 반 장관은 중립을 지켜야 할 UN 사무총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이 1억3,000만달러의 UN 분담금을 체납한 사실이다. 이는 즉각 지불해야 할 것이다. 반 장관에게는 유리한 점도 많다. 첫째, 5개 상임이사국 중 러시아와 중국이 “차기 UN 사무총장은 반드시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고 분명한 태도를 밝혔다. 이 말은 타 지역 후보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 분단국이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지만 세계적 쟁점 중의 하나인 북핵 문제와 관련한 6자회담을 나름대로 잘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셋째, 반 장관은 지난해에 세계의 최대 분쟁 지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시에 방문해 양국 지도자들과 심도 있게 중동 평화를 논의하는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넷째,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이 대단히 높아진 것도 유리한 점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하고 친해지려는 나라들이 대단히 많다. 다섯째, 반 장관의 개인적인 경력과 인품, 그리고 능력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점이다. 반 장관은 외교관 생활 36년 중 워싱턴과 UN에서 10여년, 그리고 국내에서도 대미 관계와 대UN 관계 업무, 특히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다뤄왔다. 그는 외교장관으로 부임하자마자 “나에게 특별히 업무를 파악하기 위한 브리핑을 할 필요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인품도 후배나 동료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반 장관은 국내 외교사절들 사이에서도 대단히 인기가 있다. 지난해 10월 필자는 주한외교사절들의 모임에서 “반 장관이 UN 사무총장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사들로 ‘반기문 사랑 모임(반사모)’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현재 30여개국 대사들이 자진해서 참가하고 있다. ‘반사모’는 ‘하우 아 유(How Are You)’대신 쓰는 이들의 인사말이다. 반 장관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려서 UN 사무총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인은 물론, 특히 경제계 지도자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 비록 상임이사국이 아니더라도 전세계 여론이 “반 장관이 당선되면 세계 평화 창조와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확산되면 거꾸로 안보리 이사국들도 그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세계 여론이 좋아지면 미국의 자세도 달라질 것이고 일본도 반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선거를 하려면 장관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부트로스 갈리 전 UN 사무총장도 이집트 외무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선거 운동을 했다. 장관직을 떠나면 우선 외국 대통령이나 수상을 직접 만날 수 없어 선거 운동에 치명타를 입게 될 수도 있다. UN은 우리의 은인이다. 한국인이 사무총장으로 UN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는 것은 국위를 선양하는 일이기에 앞서 은혜를 갚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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