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부동산, 시장에 맡겨야

서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송현칼럼] 부동산, 시장에 맡겨야 서태식 며칠 전 몽골회계사회의 초청으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다녀왔다. 오전에 그쪽 임원들과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목장에 가서 밤늦도록 하루를 즐겼다. 몽골 사람들은 한없이 넓은 초원에서 수천년 전부터 내려온 방식대로 목축업을 하며 살고 있었다. 맑은 공기, 파란 하늘, 밝은 별빛. 조랑 말도 타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불렀다. 그리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회계사회 회장끼리 자연스레 경제 이야기도 오갔다. 몽골은 지난 92년까지는 사회주의 체제였던 만큼 개인이 생산을 늘리는 데 별 유인(誘因)이 없었으나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하고부터 가축 수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인센티브 맛을 봤는지 일도 열심히 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수도 울란바토르의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올랐고 지금도 부동산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총인구 250만명 중 75만명이 수도에 살고 있는데 계속해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인구가 몰려드니 부동산값이 오른 것이다. 시장경제하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힘이 가격을 정하고 가격이 역으로 수요와 공급의 양을 조절하게 된다. 그들은 요즘 이러한 섭리를 열심히 배우고 체험하는 중이다. 두달 전 상하이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한 현상을 목격했다. 그러나 이들 도시에는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름의 규제는 없다. 수요ㆍ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체계가 다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원리를 철저히 배우고 이를 신봉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처럼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공기업을 전국에 분산하는 등의 정치적 발상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논란을 무릅쓰고 추진하는 균형발전 대책들은 평준화 사상에 기초한 정치적 발상인 것으로 느껴진다. 몽골이나 중국처럼 공산주의 체제였던 나라에서는 오히려 우리와 같은 평준화 사상이 덜한 것 같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얽히게 마련이지만 어느 것이 발상의 기초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행정수도나 공기업 지방 이전에 비해 기업도시 건설 같은 방법은 경제원리에 기초한 부동산 대책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고 이에 대한 처방이 나오는 것이 경제학적 사고이다. 가격에 관한 학문은 경제학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일어나는 현상이다. 투기꾼 때문에 오르는 것은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투기꾼은 수요와 공급을 남보다 먼저 알아 미리 사두는 것이며 언젠가는 오를 게 미리 오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택지나 공장부지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그리고 시장의 과민 반응에는 과잉 대처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왜 더 크게 오르냐의 문제 역시 같은 이치다. 수도권은 다른 지역보다 살기에 더 편리하고 경제활동에 있어 생산성이 더 높다. 복잡해서 쾌적하지 못한 단점은 있으나 많은 사람이 모여 살기 때문에 효율적인 시설이용이 가능하고 정보가 많아 생산성이 높아진다. 서울 안에서는 강남의 특정지역 아파트값이 더 비싼데 이는 교육서비스가 좋은 것이 그 주된 이유라고 한다. 부동산 대책은 문제를 경제학적 시각으로 보고 원인을 찾아 이를 해소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서비스가 주된 원인이라면 교육서비스가 좋은 강남을 괴롭힐 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교갸?洲?수준을 강남보다 높여 공급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경제학적 해법이다. 기업도시 지역을 몇 군데 설정한다니 이는 경제논리에 기초한 발상으로 보여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땅값이 이미 들썩거려 비판적인 시각도 있으나 이런 현상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농지가 공장부지로 바뀌면 토지의 생산성이 높아지므로 땅값이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땅값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전국적으로 토지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처럼 경제논리가 우선하는 발상이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발상만 좋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없는 ‘기업도시’가 되지 않도록 기업환경을 개선시키는 치밀한 연구와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궁리해도 ‘값’에 관한 한 경제논리를 벗어날 방법은 없다. 언젠가 북한이 시장경제 체제로 바뀌게 된다면 평양도 살기에 편리하고 생산성이 높은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붐이 일 것이다. 복부인들이여 주목하시오. 입력시간 : 2005/07/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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