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대통령-CEO 간담회] 고령화 위기 “힘있을때 파이 키워야”

노무현 대통령 초청으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내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선 `분배`보다는 `성장`얘기가 많이 나왔다. 침체국면에 처한 우리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성장을 꾀한답시고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남발하는 데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컸다. 이날 국내 최고경영자들이 노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하면 건의한 정책 내용들은 정부의 국정과제와 경제운용계획에 상당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를 다 들은 뒤 “여러분들의 말씀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건의사항들을 정책에 적극 받아들일 뜻을 내비쳤다. ◇성장이 먼저다 = 대표 발언에 나선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낮은 출산율등을 고려 할 때 경제활동인구가 충분한 기간은 앞으로 10년정도 밖에 안된다”며 “한국은 최소한 이 기간동안 고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가 여성들 한 명당 평균 출산율이 지난해 1.1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등 고령화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말해 우리에겐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며 그나마 기력이 있을 때 바짝 성장을 이뤄놔야만 지속가능한 발전과 이를 통한 분배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의 그늘에 들어서고 있는 중국이 압축성장이 가능한 시기를 향후 20년으로 정하고 성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과 닮은 꼴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라 = 그렇다고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위주의 성장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조왕하 코오롱 부회장은 “경기회복도 중요하지만 구조조정 역시 중요하다”며 “단기적 경기회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미뤄서는 안되며 구조조정은 졸속보다는 실기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경계했다. 경기회복과 성장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기초체질과 잠재력을 키우는 구조조정에 소홀해서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강석진 CEO컨설팅 그룹회장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주문을 했다. 강 회장은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2~3년 내에 기업경영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새 정부가 내세우는 동 북아 경제중심으로 발돋음할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회장의 지적은 정부가 규제완화를 내세우면서도 최근 삼성전자의 화성공장,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의 증설등에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글로벌 스탠다드 정착시켜라 =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은 80년대 국민소득이 영국의 반에도 못 미치던 아일랜드가 투명경영, 외국투자유치등으로 결국 영국을 추월한 것을 예로 들며 “글로벌 스탠다드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혁근 한국신용평가 사장은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회계 투명성등에 대해 외환위기이후 제도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게 개선됐으나 실제 시장에서의 실천은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이 사장의 말을 거들었다. 노사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노사정책을 주문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은 “노사관계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라고 전제하고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최고경영자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열린 경영, 투명경영을 해야 하며 노조는 타협,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특히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가 노사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나 과거에도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달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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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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