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부시, EU신속대응군 창설 지원해야
2000년에 유럽은 자체 방위력 증강을 위한 신중한 조치를 취했다. 유럽연합(EU)이 창설하기로 합의한 신속대응군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인들은 그들 다수가 오래도록 바랬던 유럽인들의 안보부담 확대가 실현되는 것을 금명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강해진 유럽과 미국과의 동등한 방위균형을 수용할 태세가 돼 있느냐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워싱턴의 태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21세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위상과 역할을 좌우할 것이다.
부시측이 유럽인들이 스스로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유럽 국가들의 방어력은 취약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 끝에 영국과 미국만이 참여한 코소보 공습은 유럽 국가들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을 매우 꺼려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국방예산면에서도 NATO 가입 EU국가들이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2.3%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반면 미국은 GDP의 3.1%를 방위비에 쓰고 있다.
그러나 NATO에 가입한 유럽 17개국 가운데 11개국이 내년도 국방예산을 증액하기로 결정하는 등 유럽은 변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EU 내부의 방위강령을 제정하기로 결정한 것도 군사행동을 강화한다는 유럽 내 정치지도자들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미 공화당내 회의론자들은 EU 국가들이 신속대응군 창설을 위해 분담하기로 한 합의안이 해당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유럽은 물론 NATO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U 신속대응군이 창설될 경우 코소보지역에 5만명의 병력을 파병하는 것을 둘러싸고 지난해 유럽 국가들이 보여줬던 것과 같은 무력함과 혼선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런 EU 계획의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미국은 EU 신속대응군과 NATO의 역할 중복을 막기 위해 NATO에는 가입돼 있으나 EU에는 소속되지 못한 터키를 설득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차기 부시 행정부도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추진해야 한다. EU 자체의 병력을 만드는 데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EU 신속대응군 창설이 NATO의 우산에서 벗어나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프랑스의 저열한 음모라는 영국 내 일부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EU 신속대응군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는 것은 NATO 가입국 모두에게도 득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12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