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와 기간만 단축해도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내릴 수 있습니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도입 확정으로 주택건설업계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8년 만에 사실상 가격 결정권이 정부에 환원되면서 민간 업체들의 사업위축이 우려되고 있는 것. 7,000여 중소주택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고담일(68ㆍ사진) 회장은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주택시장을 8년 전 과거로 되돌리자는 것”이라며 “분양가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품질에 대한 수요-공급의 불일치를 낳게 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 회장은 “분양가상한제가 당장 가격은 낮출지 몰라도 건축ㆍ주택 문화를 뒷걸음질치게 하는 근시안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값이 뛰면 땅값도 뛴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데 업계 역시 집값 급등을 반길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 회장은 “중대형의 고급주택에도 굳이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필요는 없다”며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 주택은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행 민간택지 아파트사업 절차만 개선해도 당장 분양가를 낮추고 수요에 대한 공급의 탄력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업체가 택지를 매입해 인허가를 받는 데만 무려 5년이 걸린다”며 “행정절차의 중복을 없애 기간만 단축해도 금융비용이 줄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게 고 회장의 설명이다. 택지비 산정이나 검증의 현실적 어려움도 고 회장이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이유다. “땅값이 쌌던 과거에는 택지비 감정이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가 산출의 기초가 되는 주변 시세 산정조차 쉽지 않은데다 당사자간 분쟁만 낳을 것입니다.” 고 회장은 “이미 땅을 매입해 사업을 추진 중인 상당수 중소주택업체들이 지방 분양시장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에 기반을 둔 업체들 중 상당수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해당 사업은 물론 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규제ㆍ재건축 억제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수요억제책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제한하면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구겠느냐”고 반문한 그는 “대출규제를 무주택자와 다주택 보유자로 나눠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역시 강남권은 계속 억제하더라도 서민이 주요 수요층인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소규모 재건축은 활성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업계 역시 정부의 집값안정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부가 요청할 경우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