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펀드 판매사, 운용사에 뿔났다

우리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 KB운용 PF펀드 수익률 크게 밑돌자 법적대응 검토<br>"시행사 우발채무등 알면서도 안 알려"


펀드 판매사가 펀드 운용상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운용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7개 증권사는 19일 “KB자산운용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펀드인 ‘KB웰리안부동산펀드 8호’를 운용하면서 당초 제시했던 구조와 다르게 펀드를 운용해 수익률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투자자가 펀드 운용사나 판매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었지만 판매사가 운용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예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판매사는 KB자산운용이 시행사의 우발채무를 발견한 것은 물론 자금이 채무변제에 사용된 것을 알고도 이를 판매사와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판매사들은 KB자산운용이 회계장부 열람요청에 응하지 않아 정확한 시행사의 우발채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전체 공사대금이 당초 계획보다 300억원 늘어났고 펀드 원리금 상환을 전체 공사비 지금액보다 후순위로 밀어놓은 사실도 판매사들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판매사들은 수익률이 당초 연 7.5% 이자에 크게 못 미치는 0.5~2%정도에 그치게 됐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수익률이 예정치보다 낮으면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운용사 측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일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운용사인 KB자산운용 측은 판매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크게 당황하면서 조만간 판매사와 수익자 모두가 참석한 회의를 소집, 구체적 해명에 나설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판매사와 수익자를) 무시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지방 아파트 분양사업 특성상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이 같은 내용으로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KB웰리안부동산펀드 8호’는 거제 수월지구의 GS자이(1,200여 세대) 분양사업에 투자하는 PF공모펀드로 지난 2006년 3월28일 설정돼 총 2,100억원이 모집됐고 내년 3월이 만기다. 처음엔 차주인 윤석개발의 ‘하루애’ 브랜드로 분양됐지만 미분양이 계속되면서 GS자이 브랜드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공사대금이 30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달 초 입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20%의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KB자산운용은 10월 신탁기간이 만료된 부동산펀드 ‘KB웰리안부동산펀드 7호’의 경우에도 PF방식의 수원 상가개발을 추진하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이 안 돼 환매 지연 위기에 놓였고 이 때문에 담보로 잡은 상가건물과 토지를 공매로 처분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9조원 규모에 달하는 부동산펀드에서도 대규모 환매 지연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