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 저금리시대의 대응책은

세계각국에 금리인하 바람이 한창이다. 마치 금리인하 경쟁에 발벗고 나서기라도 한 느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홍콩 노르웨이 체코 등도 일제히 금리를 내렸다. 미 연방기금의 연(年)금리는 1.0%로 45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하루짜리 콜금리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달 초 금리를 인하한 유로중앙은행(ECB)은 추가 인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물가상승율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지구촌이 이처럼 금리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예방하고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금리가 떨어지면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지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기업들로서는 투자에 여력이 생기게 되고 고용창출도 증가한다. 소비자들도 지출을 늘리게 돼 경기활성화의 바탕이 조성되는 것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명목금리는 미국이 1.0%, EU가 2.0%로 거의 `제로 금리`상태다. 특히 13년째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은 자금을 빌려주는 쪽이 이자를 부담하는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현상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초 저금리 처방에 대해 비관론을 펴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우선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은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또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도 실물경제나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마다 장래에 대비해 저축으로 방향을 돌린다던가 금이나 단기금융상품 등과 같은 대체상품에 몰릴 경우 초 저금리 처방은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금까지 거의 `제로 금리`였지만 경기회복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이 하나의 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국내은행의 평균예금금리가 사상처음으로 연 4%대로 떨어졌다. 대출금리도 6%대로 은행의 예대금리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날 조짐은 보이질 않고 있다. 오히려 자금시장의 왜곡으로 뭉칫돈이 투기화돼 부동산으로 몰려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초 저금리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나라마다 형편이 다르다. 우리에 맞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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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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