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오일뱅크, 경영정상화 햇살

구조조정 힘입어 적자벗고 올순익 1,000억 예상빅딜 실패로 표류했던 현대오일뱅크(옛 현대정유)의 경영이 정상궤도에 올랐다. 지난 99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에너지프라자를 인수하며 공격경영에 나섰던 현대오일뱅크는 과도한 부채와 환율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 2000년과 2001년에만 5,000억 이상의 적자를 내며 생존가능성 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올 들어 4월까지 6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올린데 이어 연말에는 1,000억원대를 기대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공적 구조조정이 밑바탕 이 회사가 이 같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은 경영혁신팀을 가동, 경영정상화의 집념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최고경영자를 바꾸고 사명을 현대오일뱅크로 변경한 것도 회사 정비의 일환이었다. 신임 서영태 사장은 2001년말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인 IPIC의 추천으로 재무부문 최고경영자(CFO)와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연초 단행했던 1차 인력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수행했다. 또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ADL에 의뢰해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진단과 함께 미래 전략을 세우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내부 수술도 과감히 단행했다. 조직은 물론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을 대거 정리한 것.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앞둔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에 대해 판매위탁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본격적인 부실정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성우 현대오일뱅크 이사는 "과거의 연에 이끌려 손해만 생기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며 "생존차원에서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에 만연한 외형위주 경영도 중단했다. 공장을 완전가동해 물량경쟁을 일삼던 방식에서 탈피, 가동률은 70%대로 낮추면서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유동성부족도 해결조짐 일부 금융기관의 자금회수에 직면하기도 했던 이 회사는 대주주인 IPIC가 최근 5억 5,4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했다. 신방호 재무담당 상무는 "ADL의 실사결과, 우리회사의 전망이 고무적인데다 경영진의 구조조정 방향과 실천내용을 IPIC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은행들도 잇달아 지원의사를 밝혔다. 우리은행이 1억4,000만달러 규모의 유전스(외상 무역거래 한도)를 추진하고 있고 우리ㆍ외환ㆍ한미은행 등은 현대가 비축유를 담보로 발행할 1억달러 가량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호'의 순항은 지난 5일 조직재정비에 이어 조만간 실시할 10% 이상의 인력감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느냐가 1차 관건이다. 인천정유가 제기한 가처분소송과 최근 세를 넓혀가고 있는 수입사의 거센 도전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유업계의 강자인 SK㈜, LG칼텍스정유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영업력과 마케팅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도 문제다. 이을수 LG증권 애널리스트는 "SK나 LG의 견고한 영업벽을 넘기는 쉽지않겠지만 인천정유에 내주던 물량을 차단함으로써 내수시장 점유를 늘리는 계기는 마련했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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