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이어 LG텔레콤도 멀티(Multi)모드 이동통신망 구축에 돌입하는 등 이동통신사들이 기지국의 소비 전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그린 네트워크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러한 행보가 대부분 차세대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이통망의 4세대(4G)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통3사 일제히 '멀티' 네트워크 구축 돌입= LG텔레콤은 28일부터 기존 2G와 3G는 물론, 4G 장비를 한대의 기지국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멀티모드 기지국을 본격 구축한다고 26일 밝혔다. LG텔레콤은 이를 위해 28일 인천, 강원 지역을 시작으로 연내 500여개의 멀티모드 기지국을 설치하고 내년에는 1,500개를 추가로 증설, 전체(6,000개)의 3분의 1 수준인 2,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권준혁 LG텔레콤 네트워크 담당 상무는 "이 기지국은 전력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며 "그린IT 활성화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모든 통신서비스를 하나의 무선 네트워크에 실현하는 이동통신망 가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KT는 이를 위해 현재 에릭슨과 삼성전자, 시스코, 인텔 등과 협력관계를 맺은 상태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기존의 3G망을 대체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07년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지국 대신 중계기를 '2G+3G+와이브로'라는 멀티모드 형태로 이미 전환한 상태다. ◇기지국 소비전력 50~80%까지 절감…4G 전환도 용이= 멀티 네트워크의 등장은 기지국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관련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통사의 현실적인 고민과 맞물려 있다. 기지국 또는 중계기를 운영할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통사들이 1년에 이통망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5,000억~1조원에 달한다. 이통사들은 멀티 네트워크의 도입을 통해 이러한 운영비용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LG텔레콤의 경우 시간당 평균 소모전력이 기존 기지국은 7.16kW인 반면, 새로운 기지국은 3.22kW에 불과해 전력사용량이 55%가량 줄어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대당 15톤씩, 내년에는 연간 2만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인터넷 가상화를 추진중인 KT도 이를 통해 총 운영비용(TOC)를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4G로의 전환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새로운 네트워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아직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멀티 네트워크는 모듈 교체만으로 4G로의 빠른 전환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멀티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총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G로의 이행에도 대비할 수 있다"며 "최근 에릭슨이나 알카텔 등 외국 관련업체들이 잇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