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청어람(靑於藍)

문성진<산업부 차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8일 창업의 모태가 됐던 택시와 똑같은 모델(1933년형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의 차량을 어렵사리 확보해 최근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참석한 시승행사를 가졌다. 바로 다음날인 9일 대한항공은 지난 60년대에 대통령 전용기로 쓰던 구식 비행기(콘스틀레이션기)를 들여왔다. 이 비행기를 찾기 위해 대한항공은 2년여 동안 세계 각지를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요즘 들어 ‘기업가정신이 죽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0~50대는 물론이고 한창 피가 끓어오를 20~30대 젊은 사업가들조차 힘들고 어렵거나 위험이 도사린 영역에는 좀처럼 뛰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어느덧 촘촘한 그물처럼 짜여져 주먹구구식으로는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목표를 향해 헤쳐나가겠다’는 불굴의 의지나 노력이 과거만 못하기 때문도 크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창업주가 일으킨 사업이 아들ㆍ손자대로 이어지면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려는 도전의식도 약해지고 밖에서 닥치는 풍파를 이겨내는 뚝심도 전과 다르다”는 지적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시승행사 자리에서 “창업주의 집념과 도전정신ㆍ개척정신을 지금의 젊은 직원들이 이어받아 글로벌경영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잊혀졌거나 퇴색된 ‘기업가정신’을 되새겨보자는 자성이기도 하다. 낡은 비행기를 2년이나 찾아다녔던 대한항공 역시 항공산업 볼모지를 개척했던 선대의 ‘초심(初心)’을 되돌아보겠다는 의지다.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신성장엔진을 찾아내려면 어떠한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떠한 풍파에도 굴하지 않았던 창업 초기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글로벌시장을 누비고 있는 후대 기업인은 선대에 비해 무대도 훨씬 넓고 할 일도 그만큼 더 많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나 청어람(靑於藍)’이라고 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선대 창업자를 넘어서는 기업가정신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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