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미래가 두려운 사회

최근 몇 주 동안 경기 과천ㆍ구리 등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일부 지역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가격이 오르기 전 집을 판 주인들이 계약금에 대한 2배의 위약금을 과감히 물어가면서 취소하는 사태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손해를 덜 볼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는 모임들까지 등장했다. 매도자나 매수자나 모두 바로 그 다음날 가격 동향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룻밤 사이에 웬만한 샐러리맨 연봉이 오르는 것을 보고 판 매도자는 당연히 분통이 터졌고, 집 장만을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마침내 성공을 거둔 매수자의 꿈 역시 하루 아침에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매매 계약 곳곳서 파기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 거래가 오랜 관행이었던 상거래의 도(道)까지 파괴하고 있다. 가뜩이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핵실험으로 초래된 분단국가의 불확실성이라는 역사적 현실이 실생활에까지 엄습해온 느낌이다. 흔히 말하는 속담처럼 하루 앞날도 예측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사회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핵실험이나 아파트 값 폭등 등의 상황을 미리 인지할 수는 없었을까.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분명 아니다. 우선 핵 문제부터 보자. 경제 파탄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유일한 카드는 핵실험뿐이었다.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일종의 수순처럼 보인다. 만약 한ㆍ미ㆍ중이 합심해 경제제재를 가하면 북한 경제는 3개월을 견디지 못하리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진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외교전략은 ‘핵’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협상의 우위를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돼나갈지 우리 정부도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은 답답하다. 1년 정도 남은 현 정부의 대응을 보면 햇볕정책의 지속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과연 북한 내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차기 정권을 누가 잡든 간에 그들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아파트 값 폭등 문제는 어떨까.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시정연설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통해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구동성으로 ‘과연 그럴 수 있을까’가 첫 반응이다. 혹자는 ‘대통령이 말하니 앞으로 더 오르겠구나’라고 자조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투기꾼이나 실수요자나 이제는 비슷하게 생각한다. “시중에 몇 백조원의 부동자금이 돌고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삐 풀린 아파트 값을 과연 잡을 수 있을까”라고. 또 부동산 값이 안정되면 과연 그 대상이 어디가 될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명품’이라고 강조한 강남일지, 아니면 지난 몇 년 동안 게걸음을 치다가 최근 폭등세로 돌변한 일부 강북 지역이나 수도권 지역일지, 그것도 아니면 정부가 높은 분양가로 가격인상을 조장하다시피 한 서울 뉴타운 지역인지…. 불확실성의 두려움이 문제 여하튼 간에 서민들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집 없는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집을 가진 사람은 현 상태보다 교육이나 환경 등에서 조건이 좋은 집을 원한다. 이번에 그 기회를 잃어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더욱 불안한 것은 현 시점의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이 위험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버블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부동산 값 폭등이 일종의 ‘폭탄 돌리기’ 게임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은 정부가 주장하고 있다. 지금 집을 사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그 게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기회를 잃으면 미래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미래에 불확실성은 위험을 가져온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서민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샐러리맨들은 근로의욕을 잃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전보다는 쉽게 돈 버는 쪽에 인생을 걸고 있다. 지금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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