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병들 "대통령 방문 생각도 못해"

쿠웨이트~아르빌 830km 2시간20분 비행<br>"여러분 정말 장하다" 격려…눈물 훔치기도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를 불시에 방문, 기념촬영을 하는 도중 장병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아르빌=오대근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자이툰부대 체류는 2시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의 대통령이 머나먼 이국땅에 주둔한 장병들을 직접 찾아와 격려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은 8일 오전4시30분(한국시각 오전10시30분) 쿠웨이트 무바라크 공군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대기 중이던 우리 공군 C-130 수송기로 환승해 아르빌로 출발했다. 주이라크 미군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무바라크 공군기지에서 이라크 북부 아르빌까지는 약 830㎞ 정도 떨어져 있었고 비행시간만 2시간20분이나 걸렸다. 노 대통령은 우리 장병 3,700명이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사단에 도착, 사단장인 황의돈 소장과 군지휘관, 장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가운데 지프를 타고 지휘통제실로 이동했다. 노 대통령은 최종일 작전부사단장 등 부대 지휘부 7명의 영접을 받은 뒤 황 사단장으로부터 현황보고를 받고 이라크 치안상황과 우리 장병들의 복무환경 등에 대해 환담했다. 노 대통령은 황 사단장으로부터 현지 민간인 무료치료 사업, 문맹퇴치 사업 등 민사작전 성과들을 보고받고 “여러분들 정말 장하다”고 격려했다. 한 부대원이 “대통령이 방문하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월남전 파병 당시 대통령이 월남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격려에 힘입어 복귀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칭찬을 들으니 기쁘다”고 대답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때도 우리 대통령들이 다 바빴지요. 요즘은 정치 지도자들을 보는 국민의 눈이나 파병 장병들을 보는 국민의 눈이 그때와 다르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도 국민과 더불어 해야 한다. 그런 차이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환담을 나눈 후 420여명 장병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속에 12여단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장병들과 함께 식판을 들고 자율배식해 식사한 뒤 즉석연설을 통해 장병들을 거듭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갈비찜ㆍ김치ㆍ감자볶음ㆍ오징어볶음 등 7찬에 소고기국을 곁들인 메뉴를 식판에 담으면서 “이 (김치) 배추는 서울에서 가져오는 것이냐. 여기 것이냐” “(음식을 너무 많이 담아) 내가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나 보다. 이것 다 먹겠나요. 남기면 안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식사 후 연설에서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 반가움을 넘어 감사하다. 짧은 만남이지만 지극히 행복한 시간이다. 할 말이 참 많다”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이 시기 한국의 역사 속에서 우리 군이 맡아야 할 일에 오로지 충실하겠다”며 “여러분이 여러분 몫만 하면 저와 국민, 여러분의 지휘관들이 잘 고려해 조화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제무대에서는 우리가 여러 곳을 통해 여러 협의와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흘린 땀이 대한민국 외교력, 한국의 또 다른 힘이다. 외교장관이 여러분이 있고 없음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조찬을 마친 뒤 황 부대장에게 격려금과 함께 청와대 문양이 새겨진 지갑 등을 장병들에게 선물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민사여단 5중대 내무실을 방문, 장병들을 격려한 데 이어 부대 내 병원을 찾아 응급실 등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내무실을 시찰한 후 지프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한 장병이 “대통령님 한번 안고 싶습니다”라며 대열에서 뛰쳐나와 자신을 안고 한바퀴 돌리자 거듭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지프 차량에 올라 흘러내리는 눈물을 살짝 훔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