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고유가 지속과 환율 상승, 담뱃값 인상 등에 따라 올해 물가가 최고 4%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고 이동통신요금 인하 등 비상대응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19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유가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며 5월 물가상승률이 0.1%포인트 이상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실, 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 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원재료 및 중간재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9.2% 올라가며 지난 2000년 2월의 9.5% 이후 4년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재료의 경우 채소류 등의 출하 증가로 국산 농축산물 가격은 내렸으나 ▦원유 ▦유연탄 ▦액화천연가스 등 연료용 수입품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중간재도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화학제품,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과 금속 제품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성용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과장은 “최근 유가 상승세를 감안할 때 5월의 원재료 및 중간재 상승률은 4월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유가상승이 실물 부분에 미치는 영향도 가시화하고 있다. 당장 전기료와 가스요금 등 하반기 에너지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 건설교통부는 이미 유가인상분을 반영해 하반기 버스요금을 인상할 방침이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 앙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0.37%포인트, 환율이 10% 절하되면 1.8%포인트, 담뱃값이 500원 오를 경우 0.2~0.3%포인트의 물가상승 압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상승에 따라 수입물가와 수출물가의 차이는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의 수입물가지수(2000년=100)는 106.59로 3월의 106.62에 이어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001년 6월의 106.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수출물가지수는 91.04로 올 1월의 91.81, 2월의 91.19, 3월의 91.23보다 떨어졌고 기준년인 2000년의 100에는 훨씬 미달했다.
수입물가의 상승은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높여 채산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내의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독소요인이다.
물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 지속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물가가 4%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내부보고가 있었다”며 “시나리오별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유류세금과 이동통신요금을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 세제 인하는 비상유가대책과 연계할 예정이며 이동통신요금 인하는 정보통신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률 전망을 조만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는 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물가 비상’을 선언하는 것으로, 전방위 대책에 시동을 거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