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끝모를 장타 욕망… '러産 티타늄' 드라이버 등장

舊소련서 군사목적 개발 '특수합금'… 단단하고 가벼워 '신병기'로 탈바꿈

‘러시아 티타늄 드라이버를 아시나요.’ 비거리 증대에 대한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드라이버를 포함한 우드에 금속이 감나무를 대신해 사용되기 시작한 지 20년 남짓. 최근엔 러시아산 티타늄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서울경제가 한국판을 발행하는 미국 골프매거진 최근호는 러시아 티타늄을 채택한 드라이버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생산돼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몇몇 업체들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티타늄은 옛 소련에서 군사적 이용을 목적으로 개발한 티탄 합금의 일종. 베타 계열의 BT-23 티타늄으로 알려진 이 소재는 골프클럽에도 사용되는 기존 베타 계열 티타늄보다 더 단단하면서도 가벼워 전투기나 헬리콥터, 잠수함 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냉전시대’의 전쟁기술 가운데 하나가 골퍼들의 ‘신병기’로 탈바꿈을 하게 된 셈이다. 현재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일명 ‘러시아 티타늄 드라이버’는 보비존스골프(www.bobbyjonesgolf.net)사의 ‘보비존스 플레이어스’ 시리즈가 유일하다. 420cc 크기 헤드의 페이스는 특수 열처리한 BT-23으로 만들어졌고 크라운(뚜껑) 부분은 바디 전체가 스프링 효과를 내도록 부드러운 그라파이트로 돼 있다. 이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인 제시 오티즈는 “러시아 합금이 일반 티타늄에 비해 강도는 25%, 경도는 40% 더 높다”면서 “임팩트 때 헤드 전체가 휘어지면서 스핀이 줄고 볼 압축도는 높아져 더 멀리 나간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소비자가격 300달러. 들라크루즈골프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러시아 티타늄 드라이버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페이스가 단단하다고 해서 샷 거리가 증대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도 많다. 한 클럽 전문가는 “쇠구슬을 대리석 바닥과 트램펄린(용수철과 매트 등을 이용한 도약 기구)에 떨어뜨려 어느 경우가 더 높이 튀어 오르는가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강도나 경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반발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전체적인 설계와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다른 전문가는 “장타를 원하는 골퍼들의 욕구를 겨냥한 마케팅의 하나라고도 분석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뒤 “그러나 플라세보효과(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속이고 먹였을 때 호전을 보이는 것)의 영향이 큰 골프클럽의 경우 뭔가 특별하다고 믿으면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휘두르게 되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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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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