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를 연 3대 발명이라 일컫는 나침반ㆍ화약ㆍ인쇄술 등은 모두 중국 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그 꽃을 피우지 못했다. 오히려 20세기에 들어와 열강들이 군사기술에 활용해 중국본토를 유린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15세기 조선 세종 때 초일류 기술을 확보해 주변국들에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실사구시의 정신이 이 땅에 자리잡지 못하고 국력이 점차 쇄잔해져 결국 일제의 강점으로 이어졌다.
암울했던 시대 1934년 우리 선조들이 처음으로 ‘과학데이’ 행사를 개최했는데 ‘과학은 힘이다’ ‘과학의 승리자가 모든 것의 승리자다’ ‘과학의 황무지인 조선을 개척하자’고 외쳤지만 대중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 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 일깨워
개발경제시대에 정부는 과학기술 입국의 비전을 세웠다. 국무위원급 중앙행정부처인 과학기술처를 설립하고 과학의 날을 만든 지 벌써 37년째다. 당시 과학의 날(달)을 정한 까닭은 과학의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주고 과학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후 우리나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수준도 높아져 근래에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요인으로 과학기술을 꼽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축을 국정목표로 정했다. 이에 따라 나 라의 모든 의사결정이나 시책추진에 있어 과학기술이 핵심요소가 되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효율적인 국가기술혁신체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경제의 활력을 회복함으로써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도달하고자방향키를 잡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부총리 격상이나 국가연구사업의 종합조정과 평가 강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체제의 개혁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모두 국가 차원의 지식과 정보의 창출 및 확산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사실 기술혁신이 어떤 나라에서는 활발하고 어떤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많은 실증적 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선ㆍ후진국을 막론하고 공공 부문의 개혁으로 국가혁신 시스템을 선진화하려는 노력만은 일치한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공공 연구조직의 연계가 미약하고 과학기술의 확산을 위한 제도와 그 하부구조 및 환경도 전반적으로 미비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지식기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기 능의 활성화가 긴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먼저 공공 부문의 시책이나제도가 민간기업의 기술능력 배양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공공 부문은 급속한 기술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더욱이 과학기술인력 수요공급의 낮은 탄력성과 첨단시설 조기 확보의 애로점, 그리고 예산회계제도의 경직성 등이 신기술의 창출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우수인력의 이공계 기피문제로 기술혁신에 많은 어려움를 겪고 있다.
중앙행정부처별로 이미 확보된 예산은 사실상 통제가 어렵고 사후 평가방식만으로는 성과 제고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사전 연구기획을 철저히 해서 예산을 분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즉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이에 근거해서 부처별 역할을 정한 후 자원을 분 배하는 것이다. 연구기획과 평가ㆍ관리 등을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공 정성이 요구되므로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도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제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국 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성숙한 패턴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지휘자에서 시장조성자로 바뀌고 있는 만큼 각 부처도 변해야 한다.
권위는 존중하되 권위주의는 버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요자가 정책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시책의 환류(feedback) 시스템이 필요 하다.
한국미래 밝히는 계기되길
끝으로 우리나라 기술혁신체제의 성공 여부는 우리 사회가 기술혁신과 얼마나 친화적이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조직문화ㆍ노사문화ㆍ교육 문화가 새로운 기술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과학이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내리도록 지금부터라도 과학문화를 학습하고 전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흥미를 갖 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과학체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대중민주주의 시대인 만큼 대중매체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중매체를 통한 지식보급과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올해 과학의 달이 대한민국의 장래를 밝혀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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