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첨단기술 유출 방지책을

이미영 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기고] 첨단기술 유출 방지책을 이미영 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이미영 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국가정보원은 지난 9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첨단기술 유출 적발건수는 62건으로 이에 따른 예상 피해액은 56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적발건수가 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벌써 22건에 달해 기술유출이 가속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체 기술유출 시도 중 70% 이상이 우리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중국의 반도체 1위사 ‘SMIC’는 지난달 초일류 반도체업체들의 기술수준인 90나노공정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인 기술자의 기여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휴대폰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2년으로 줄어든 것은 90%가 한국으로부터의 기술유출에 기인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해외 기술유출은 더 이상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다행히 정보통신부는 IT기술 해외유출 방지를 위해 기업에 기술유출 방지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하고 직원에 대한 보안교육을 강화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공청회를 개최,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술유출은 미래 유망산업의 성쇠를 좌우하는 사안인 만큼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선 기업차원의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현재와 같이 핵심기술 분야 종사자나 관련 업종에 국한된 보안교육을 지양하고 모든 기술유출 경로를 충분히 파악해 차별화된 보안대책을 세워야 한다. 루슨트 테크놀로지나 샤프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이미 채택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개별연구원이 전체기술을 알지 못하도록 공정별로 관리하는 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엔지니어에게는 기술비밀 유지를 위한 세부규정을 담은 표준모형을 숙지시키고 기술유출시 엔지니어 본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핵심기술 개발자나 관리자의 퇴사 때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그 핵심기술이 유출되지 않는 동안만 계속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외부 협력업체나 대학과의 연구개발 계약체결 때 계약서에 단지 ‘이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모든 정보’라는 식의 포괄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구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 및 범위 그리고 행위에 대한 조건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관계법령 개정에 있어서는 비밀유지 서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한편 그 내용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근로 계약시 피고용자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권한이나 퇴직 후 진로에 대한 제한 등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보안시스템이 취약하고 보안관련 계약서 작성시 전문가를 고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정부에서 표준약관을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기술유출 적발의 주요 대상국인 중국에 대해 수출입 및 기술이전 관련 법률과 통관절차를 철저히 파악해 수출을 미끼로 해당품목이나 주요부품의 기술도면을 요구하는 등의 부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심화하고 있는 이유는 불안한 고용조건과 연구개발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보상체계라고 할 수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퇴조한 마당에 경쟁사가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할 때 이에 넘어가지 않을 기술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엔지니어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핵심기술의 개발에 있어서는 그 공을 인정해주고 합당한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 원천적인 치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가치에 대?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꼭 필요한 장기적 대책 중의 하나이다. 초등학교부터 남의 물건을 훔치면 나쁘다는 교육은 받았지만 남의 정보를 훔치는 것이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이 또는 그보다 훨씬 더 나쁘다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이제는 국민 모두에게 기술과 정보의 가치를 교육시키고 인식시켜야 한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이 그들이 개발할 기술과 정보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소중히 지킬 수 있는 지식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1-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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