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는 올 여름 개막 예정이었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판권을 가진 미국 저작권회사 로저스 헤먼스타인에서 턱없이 높은 로열티를 요구했기 때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헤먼스타인측에서 갑자기 매출의 19%를 로열티로 요구했다”며 “자체 시장 조사 결과 50~60억 원의 매출 밖에 안 나오는 공연에 10억 원의 로열티는 터무니 없어 계약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과열되면서 라이선스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 업체들간의 과잉 경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이 로열티로 나간다는 지적이다. 3년 전만해도 10~12% 수준에서 결정되던 대형 뮤지컬의 로열티가 최근 15~20%까지 올랐다. 뮤지컬 공연으로 10억 원을 벌면 1억 5,000만~2억 원을 해외 저작권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2005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라이선스 계약은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수익을 얻기 전까지는 매출의 11.86%, 수익을 얻은 후부터는 16.4%로 정해졌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대형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최근 이 수준의 라이선스 계약은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 즉 소극장 뮤지컬에나 적용되는 상황이다. 소극장 뮤지컬 ‘이블데드’를 제작한 송한샘 쇼팩 대표는 “뮤지컬 ‘이블데드’의 로열티가 11%”라며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도 웬만해선 11% 이하로 따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로열티 급상승의 원인은 국내 뮤지컬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해외 뮤지컬 수입에 고개를 돌린 업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작품상 등 토니상 8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은 뮤지컬 제작사, 콘서트 기획사 등 10개 업체가 라이선스 획득 경쟁에 뛰어들면서 로열티가 10% 수준에서 20%대까지 뛰었다. 판권은 결국 뮤지컬 ‘스위니 토드’를 제작한 뮤지컬 해븐이 획득했지만 제작사로서는 라이선스 비용이 적잖게 부담되는 상황이다. 로열티 경쟁이 과열되면서 미국의 저작권 회사가 경쟁을 부추기는 일도 생겼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저작권 에이전시가 한국의 다른 업체에서 로열티를 더 내기로 했다고 은근히 가격 경쟁을 부추겨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시장 규모에 비해 로열티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뮤지컬 협회 차원에서 라이선스 상한선을 정해 공동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