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념미술의 대표작가인 빌 베클리(60) 사진전이 박여숙화랑에서 11일부터 열린다.
생명의 숭고함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극사실적으로 포착한 양귀비 꽃과 백합이 자태를 뽐낸다. 높이 2m가 넘는 사진 속에 담긴 꽃들은 미니멀하면서도 줄기에 있는 미세한 잔털까지 카메라에 잡혀 인간이 보지 못하는 자연의 세계로 관객들의 시선을 이끈다. 줄기를 굽히고 길게 늘어뜨린 꽃들은 극사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작가는 작품마다 수수께끼 같은 제목으로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감상의 묘미를 숨겨 놨다. 19세기 낭만주의 사조에 심취한 작가는 낭만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시나 소설의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목을 짓는다. 또 별자리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양귀비 연작시리즈에는 ‘오, 젊고 걱정없고 명랑하게’ ‘천칭자리의 변형’ 등을, 백합을 확대한 작품에는 ‘누워있는 누드의 백합 2’ 등 알쏭달쏭한 제목이 붙어있다. 꽃이라는 사물을 단순히 카메라에 담기 보다 작가의 시적인 감수성을 제목으로 표현해 관객들과 소통하기위해서라고 화랑관계자는 설명한다. 전시는 31일까지 계속된다. (02)549-7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