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B 금리동결금융시장 불안·기업신용위기로 성장둔화
13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결정은 미국경제가 악화될 경우 언제라도 금리를 내리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은행간 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41년 만의 최저인 1.75%를 유지하되 더블딥(W자형 경기침체)ㆍ주가하락 등의 가변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관심은 금리인하 여부보다 정책기조 변경이었다. FRB는 회의 후 발표문에서 경제의 '허약함(weakness)' 또는 '연약함(softening)'이라는 단어를 세번이나 사용하면서 금융정책 방향을 그동안의 중립기조(neutral bias)에서 완화기조(easing bias)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FRB는 주가하락과 기업의 신용위기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FOMC 발표문은 "금융시장 불안, 기업 회계보고와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총수요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지난 5월 이후 확산된 기업 회계부정과 이로 인한 주가하락이 지속될 경우 FRB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음을 밝혔다.
FRB의 방향선회는 한달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7월 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의회에서 증언할 때만해도 "미국경제가 회복 중이며 기초여건은 단단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1.1%로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7월에 신규고용 창출이 거의 없었다는 통계는 미국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질 가능성을 제시했고 FRB도 이를 주시하고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선물시장에서 연말 연방기금금리는 이날 회의 직후에 1.5%로 거래돼 연내에 단기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FRB와 자금거래를 하는 22개 은행 중 7개는 이미 FOMC 이전에 금리인하를 예상했고 나머지 15개도 순차적으로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ㆍ리먼브러더스는 연말까지 0.5%포인트의 인하를 전망했다.
과거 전례로 보아 뉴욕증시가 9월과 10월에 대폭락이 있었던 점을 감안, 올 가을에 뉴욕증시가 휘청거릴 경우 FRB가 특별회의를 열어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많다. FRB가 부족한 실탄을 모두 써버릴 경우 일본 중앙은행처럼 무기력해지고 기업의 자금난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은 "국채(TB)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반대로 회사채 가산금리가 높아져 많은 기업에 신용경색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