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직자들 '취업사기'에 두번 운다

"불황에 가뜩이나 취직 안돼 속상한데…" <br>소개료 떼먹거나 영업·물품구매 강요 일쑤<br>소비자피해 상담 올들어 200% 크게 늘어<br>노동부등 감독관청선 일손부족 이유'뒷짐'


이모씨는 올 초 해외 취업을 위해 국외 유료 직업소개소와 해외인턴십 계약을 맺고 590만원을 지불했다. 직업소개소 측은 필리핀에 3개월, 호주에 6개월씩 각각 체류하면서 일자리를 구해주기로 했지만 이씨는 호주 출국 후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불황으로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취업ㆍ부업 관련 피해가 늘고 있다.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제대로 알선 받지 못 하고 소개료를 떼이거나 취업 대가로 물품 구매를 강요 받는 등 구직난과 취업사기라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1~9월 직업안내ㆍ부업알선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이 192건 접수돼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특히 구직난과 불황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부업 및 아르바이트 알선과 관련한 피해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을 강요하거나 취업을 미끼로 물품 구입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 부업 일을 찾던 최모씨는 올 초 인터넷 구인광고를 통해 한지공예와 종이접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취업했다. 업체는 처음에는 영업이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최씨는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66만원짜리 기기를 구입해야만 했다. 한 달 뒤 최씨가 받은 월급은 6만7,000원. 최씨는 “영업직이 아니라고 광고해서 사람을 모집한 후 반 강제적으로 물건을 판매한다”면서 해당 업체를 경찰에 신고했다. 법정기준을 초과해 소개요금을 과다하게 징수하거나 계약해지시 소개료를 환불하지 않는 직업소개소도 적지 않다. 박모씨는 버스 운전 경험이 없어도 취직할 수 있다는 직업알선 신문광고를 보고 소개료 70만원을 낸 뒤 한 마을버스회사를 소개 받았다. 하지만 박씨는 근무한 지 20여일 만에 차를 고장냈다는 이유로 회사 측에서 해고당했다. 봉급은 소개료보다 적은 5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다른 곳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소개료 70만원을 다시 지불하고 버스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면서 “직업소개소 측에 소개료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생활정보지나 지하철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월 200만원 이상 보장’ ‘사무ㆍ관리직 구함’ 등을 내건 구인광고는 고용형태나 근로조건 등이 실제와 다른 허위ㆍ과장 구인광고인 경우가 다반사다. 취업알선을 미끼로 구직자에게 금품 등 이익을 취하거나 허위 구인광고ㆍ구인조건을 제시한 경우 모두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처벌되지만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점검과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영호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총괄팀장은 “불황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요즘 구직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한 불법 직업 알선 서비스가 늘고 있어 강력한 단속이 요구된다”면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구직자들이 사전에 직업소개소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돼 있는지, 보증금 환불이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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