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 작년12월 한일정상회담 당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에게 야스쿠니 관련 발언을 한 현장에 배석했던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가급적이면 돌출발언과 같은 사고가 없기를 희망하며 역사교과서, 신사참배 등에 일측이 결단을 내리면 해결이 쉬워질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동북아의 장래를 위해 일본 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필요하다"며 거듭 일본 지도층의 결단을 촉구했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게다가 바로 이 자리에는 마치무라 외상이 배석해 있었다"며 "그의 발언이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고, 일반적으로 답변자료는 다 갖고있으며 말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이 들어갈 수는 있다"고 말해 마치무라 외상의 `망언'이 고도로 계산된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설사 대통령이 그런 말을 안했다 하더라도 외교수장이 그런 발언을 할 수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정상간 무릎을 맞대고온건하게 넌지시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을 촉구했다고 해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겠는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앞선 30일 마치무라 외상은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력히 비판한 데 대해 "정상끼리 무릎을 맞댔을 때는 말하지 않고 이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대단히 아쉽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당국자는 "당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특별한 코멘트가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상회담 직전인 작년 12월 13∼14일 우리측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하고, 이부스키 회담에서 최소한 불행한과거를 연상시키는 양국 지도자 언행이 자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정도의 공개적인 합의를 발표하자고 제안한 바 있으나 일본 정부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규형(李揆亨)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양국 정상간 비공개로 오간 대화 내용을 근거로 발언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특히 마치무라 외상의 발언은 한일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발언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도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총영사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작년 이부스키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분명히 야스쿠니 관련 언급을 했다"며 "그 같은 일본 외상의 발언은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