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배드뱅크 信不者 구제기준 확정/금융관계자들 우려] “두달만 버티면 이자탕감… 어느 연체자가 빚갚겠나”

“금융업은 공무원들의 실적올리기 놀이터가 아닙니다. 배드뱅크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5월 중순까지 장기연체자의 빚을 받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한 카드사의 채권추심 팀장의 말이다. 17일 오전 배드뱅크운영위원회에서 이달 10일을 기준으로 5,000만원 미만 신용대출의 원금을 6개월이상 연체한 사람들에 대해 연체이자를 전액 탕감해주기로 하면서 해당 고객들이 돈을 갚지 않으려 할 것이 때문이다. 어차피 2달만 더 기다리면 모든 이자가 탕감되는데 애써 연리 20%가 넘는 고금리 연체이자를 갚으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성실이 갚을 경우`라는 조건을 붙어 있다. 그러나 채무재조정 후 총 8년의 분할 상환기간 중, 초기 1~3년만 돈을 잘 갚으면 무이자로 원금까지 일부 탕감해 준다는 지적이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누누히 원금은 무조건 다 갚아야 한다고 강조해 오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스스로 원칙을 깨고, 원금감면 정책을 내놓았다”며 “이제 6개월 미만의 연체자들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이 채권을 회수하려면 원금을 감면해줘야 할 판”이라고 불평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정부의 배드뱅크 설립발표 이후 일부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연체금액이 6개월 미만인 고객들에 대해서도 원금탕감을 해주고 있다. L카드의 한 채권추심원은 “정부발표이후 고객들이 워낙 돈을 갚으려 하지 않아, 일부 배째라식 고객에게는 연체이자는 물론 원금의 10%도 어쩔 수 없이 깎아주고 있다”며 “이들 고객들에게는 신불자 딱지가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배드뱅크가 연체이자를 전액탕감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신용회복위원회와의 형평성에도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원리금 감면규모가 최고 33%를 넘지 않는 반면 배드뱅크에는 이 같은 기준이 없어 오래 연체된 고객들의 경우 오히려 탕감되는 연체이자 금액이 원금보다 많은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채권추심회사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며 “신불자 구제도 좋지만, 금융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 채무자들의 도덕적해이를 최대한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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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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