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스펀, 美경제 조심스런 낙관론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30일 이라크전(戰)후 첫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의 회복 여건이 성숙했지만, 기업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한 기대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견해는 지난 2월에 이라크 전쟁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한다고 주장한 것에서 일보 후퇴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금리 인하의 소지를 열어두었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오는 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스펀이 비교적 낙관적으로 본 대목은 소비자 신뢰지수가 개선되고, 금융시장의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 컨퍼런스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1.0으로 3월의 61.4에 비해 20 포인트 가까이 치솟았으며, 이 같은 상승폭은 91년 걸프전 이후 최대다. 미국 경제는 걸프전 직전에도 침체를 겪었으나, 전쟁 직후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회복됐으며, 뉴욕 증시도 장기 호황에 진입했다. 이라크 전쟁후 뉴욕 금융시장도 안정되면서 경제 회복의 여건을 회복했다. 다우 지수는 전쟁 전후 15% 이상 상승했으며, 미국 국채(TB)에 대한 회사채 가산금리가 급락, 기업들의 투자 여건이 개선됐다. 그린스펀 의장은 올 하반기에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기업 투자 회복에는 여전히 비관적 견해다. 시카고지역 공급관리협회(NAPM) 제조업 지수는 4월에 47.6으로 3월의 48.4보다 하락했다. 이 지수가 50 이하일 경우 경기축소 국면을 의미한다. FRB 내에서도 그린스펀의 낙관론을 따르지 않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FRB내 2인자인 윌리엄 맥도너 뉴욕 총재는 “미국 경제둔화의 원인이 전쟁이 아니며, 90년대 장기호황이 형성한 설비 과잉과 금융시장 거품”이라며, 전후에도 저성장이 오래갈 것으로 예측한바 있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과 관련, “특정 형태의 감세는 강력하게 지지하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감세안이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을 유발, 혜택을 감소시켜서는 안된다”며 완곡한 어법을 사용했다. 이날 발언은 지난 2월에 감세안이 재정 적자 누적, 금리 상승의 역효과를 유발한다며 반대한 것과 대조적으로, 부시가 최근 그린스펀의 5연임을 약속한데 대한 정치적 타협으로 해석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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