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 2m남짓한 이글 퍼트. 홀을 향해 똑바로 굴러가던 볼이 홀 끝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똑같이 긴장했던 동갑내기 남아공 출신의 레티프 구센과 어니 엘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구센은 안도의 눈빛, 엘스는 아쉬움의 한숨을 토했다. 구센이 19일 새벽 남아공의 팬코트 코스(파73)에서 끝난 남아공 오픈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순간이다. 전날 3타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던 구센은 막판 끈질겼던 엘스의 추격을 단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 최종합계 10언더파 282타. 이들은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을 펼쳐 오프 시즌에 접어든 요즘 골프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엘스가 12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할 때만 해도 구센의 우승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엘스는 14번 홀부터 17번홀까지 버디 3개를 추가하며 1타차로 따라붙었고 마지막 홀에서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구센이 17번홀에서 칩 인 버디를 작성한 뒤 마지막 홀도 버디를 챙겼으나 엘스가 이글을 작성하면 연장전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엘스의 이글 퍼트가 빗나가면서 구센은 이 대회 10년 출전 만에 2승째 기록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