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현 고유가, 이전 오일쇼크와 다르다"

현재의 고유가 현상은 공급을 제한하는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있는 가운데 중국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나타난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분석했다. 과거 오일쇼크는 갑작스런 공급감소에 의한 것이어서 공급이 회복되면서 국제유가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고유가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저널은 지난 1990년대말 공급과잉 현상으로 국제유가의 폭락을 경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인위적인 공급조절정책을 채택했지만 데이터의 덫에 빠져 수요 증가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으며 거대 석유업체들도 단기적인 수익 제고에 매달리면서 생산능력 확충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선 자본이 수급불안 가능성에 편승, 에너지시장에 뛰어들면서 투기적인 수요를 창출해낸 것도 유가 급등의 한 요인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저널은 5명의 인물을 통해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고유가 현상이 어떤 배경 속에서형성됐는지를 설명했다. ◇ OPEC의 실권자 = 양치기 출신으로 석유회사 심부름꾼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장관에까지 오른 알리 나이미는 OPEC의 실권자로 통한다. 외환위기로 아시아권의 수요가 축소되면서 급격한 유가하락을 경험한 나이미 장관은 새로운 유전개발보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공급조절을 통해 국제유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새로운 전략을 OPEC에 도입했다. 나이미는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이터의 덫에 빠져 OPEC이 가격조절능력을 상실토록 하는데 일조를 했다.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돌파한 2004년 2월 회의에서 OPEC은 공급과잉을 예고하는잘못된 데이터에 근거해 9% 감산결정을 내렸으며 이후 국제유가는 늘어난 수요를 바탕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게 된다. 나이미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이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유전개발에 나섰으나 "이미 늦어 버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중국 중산층 = 베이징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 제이슨 위는지난해 출근용으로 사용하던 자전거를 버리고 대출받은 3만3천달러로 외제승용차를구입했다. 위의 연봉은 불과 2만여달러. 그러나 위와 같은 중국 중산층에 자동차 구입열풍이 몰아치면서 지난 4년 간 전세계 원유 소비 증가분의 4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중국은 1980년대 경제개방에 나서면서 자동차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채택한 뒤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현재 중국 내 자동차 수는 2천700여만대로 늘어났으며 2010년에는 5천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석유업계의 최고 경영자(CEO) = 존 브라운 BP CEO는 지난 1996년 이후 아모코 코프와 애틀랜틱 리치필드를 잇따라 합병하면서 세계 석유업계의 인수합병 열풍을 이끌었다. 석유업계의 인수합병은 지난 15년 간 계속된 비용절감 노력의 결정판으로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수익제고 노력은 유전개발에 대한 지속적인투자 제한이란 결과를 낳고 말았다. BP는 올 3분기 고유가 현상 덕에 977억달러의매출에 64억6천만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했다. ◇ 예언자 = 석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은행가인 매튜 시몬스는 지난 2003년 사우디 유전지대를 돌아본 뒤 사우디의 원유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시몬스의 주장은 유가가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으며 대형 투자자와 투기자금을 국제 에너지시장에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00년 100억달러에 불과했던 석유업계 외부 투자자금이 올해에는 700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전체 투자금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정쟁에 휘말린 석유정책가 = 지난 2001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에 의해 석유개발 정책 입안을 위한 태스크포스에 합류한 앤드루 룬퀴스트는 알래스카 유전지대개발 등이 포함된 미국 내 원유공급 확대방안을 입안했지만 곧바로 환경보호주의자와 민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2002년 사임한 뒤 현재는 석유업계 로비스트로 일하고 있는 룬퀴스트는 당시 계획대로 알래스카 유전을 개발했다면 미국 전체 원유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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