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 간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이산가족 상봉 실무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북측은 24일 열린 개성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등 금강산 관광지구 내 시설을 상봉장소로 활용하는 전제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상봉 장소로 이산가족면회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금강산지구 내 동결ㆍ몰수 조치가 해결돼야 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우리측 주장대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상봉행사를 열려면 금강산 지구 내 동결·몰수 조치가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이 먼저 재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측은 “이번 실무접촉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것”이라며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 대표단은 이산가족면회소 사용이 어려울 경우 금강산 호텔을 이용하는 방안도 제기했지만 북측은 이 시설 역시 동결됐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호텔은 현대아산이 임대해 사용했던 시설로, 북측 소유 자산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자고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단지 이산가족면회소뿐만 아니라 관광지구 전체가 동결·몰수 대상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북한의 목적이었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사전포석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산가족 7만여명의 염원이 담긴 상봉 문제를 놓고 남측 당국의 입장을 십분 활용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압박하고자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실무접촉에 보낸 ‘금강산 일꾼’은 강용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와 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으로 두 명 모두 지난 2월 개성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에 참석했던 인물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가능성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예상했던 것 중에 제일 좋지 않은 것”이라며 “북한은 상봉행사보다 상봉행사를 연계해 관광 재개를 이야기 하려는 것 같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