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T제왕' 겨냥 밀월끝내고 마이 웨이

삼성전자-인텔 무선인터넷 '격돌'<br>기술표준화 주도하는 업체가 절대강자 부상<br>인텔 와이맥스 아직 이동형 지원못해 '반쪽짜리'<br>삼성 와이브로 단말기·장비 이미 개발 한발 앞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차세대 무선 초고속인터넷(휴대인터넷) 시장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보기술(IT) 시장 발전과정에서 빚어지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전세계 IT 시장은 ‘컨버전스(통합)’를 향해 치닫고 있다. 하나의 칩에 데이터처리ㆍ통신ㆍ메모리ㆍ그래픽 등이 모두 통합되는 ‘시스템온칩(SoC)’ 시대에서는 컨버전스를 주도하는 업체가 제왕으로 떠오르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삼성전자와 인텔이 비메모리 및 메모리 분야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영토분할이 무의미해진다. 양사는 아직까지는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서로 자사의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최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협력은 시한부로 끝날 공산이 크다. 무선인터넷 시장의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칩셋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도 선뜻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차세대 황금시장 잡아라=삼성전자는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반면 인텔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1위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인 ‘노어 플래시’를 내세워 삼성의 ‘낸드 플래시’를 위협하고 있기는 해도 사업영역 자체가 겹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선 초고속인터넷이라는 황금시장에서 이런 구도는 통용되지 않는다. 누가 먼저 무선인터넷 상용화에 성공하고 기술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은 꼬리를 내려야 한다. 특히 이번 싸움은 인텔의 직접적 경쟁상대인 삼성전자의 반도체총괄이 아니라 ‘애니콜’ 성공신화를 만든 정보통신총괄 부문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끈다. ◇인텔, 로즈데일 내세워 무선인터넷 시장 공략=인텔이 19일 전세계에 발표한 와이맥스(WiMAX) 핵심 칩셋(코드명 로즈데일)은 무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첫 작품이다. 인텔은 그동안 세계 230여개 통신 관련 사업자로 구성된 와이맥스 포럼을 앞장서 주도하며 무선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왔다. 로즈데일은 아직은 고정된 장소에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지만 인텔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코드명 ‘오퍼’라는 보다 진화된 칩셋을 내놓을 예정이다. 오퍼가 상용화되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된다. ◇국내 기술이 한발 앞섰다=인텔이 무선인터넷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국내 기술력에 비해서는 한발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이 개발을 추진 중인 무선인터넷 기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국내 기술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KTㆍSK텔레콤 등 IT 업체들이 수년간의 노력 끝에 개발한 한국형 휴대인터넷 표준 ‘와이브로(WiBro)’가 그것이다. 와이브로는 시속 60㎞로 달리는 차량 안에서도 1Mbps급의 고속인터넷이 가능한 기술로 내년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벌써 시제품 수준의 핵심 칩셋과 단말기ㆍ장비를 개발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와이맥스는 아직까지 이동형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와이맥스 포럼에 들어가 와이브로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며 “와이브로가 와이맥스의 이동형 표준 중 하나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협력관계 유지=무선인터넷 시장을 놓고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지만 삼성과 인텔은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협력을 유지하는 게 윈윈(Win-Win)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인텔은 와이맥스 진영을 주도하면서 삼성전자를 끌어들이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로서는 와이브로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와이맥스의 터줏대감인 인텔의 협조가 절실하다. PC 등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한 배경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인텔은 누가 무선 초고속인터넷의 주도권을 잡느냐보다 표준화를 통해 산업 전체가 성숙하도록 이끄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경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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