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국경제에 고함'

홍병문기자 <문화레저부>

“개혁이든 경제회생이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정치적 결단의 대상이다. 그러나 개혁을 하더라도 통치권자 개인의 의지에 따라 추진하게 되면 국민의 환호는 받을지라도 불확실성은 극대화된다.” 최근 발간된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의 유고집 ‘한국경제에 고함’의 한 대목이다. 그는 개혁이 통치권자의 개인 의지에 따라서만 추진되면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그 결과 개혁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성장력을 약화시키고 개혁 자체도 실패로 끝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예외가 아니면 개혁은 제도적 장치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증권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불확실성이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외국인투자가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도 바로 정부의 정책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냐는 점이었다. 투자자들은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부보다는 오히려 정책입안 과정과 정책추진 방향에서 정부가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더 관심을 가졌다. 통치권자의 개인 의지와 실제 경제흐름이 서로 등을 돌리고 맞서는 결과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정책의 불확실성은 참여정부 이후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왔다. 그래서인지 고인은 오늘 우리 정치사회가 불신풍조로 가득 차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시책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깊다 보니 국민은 정부가 ‘안 한다’고 하면 하는 것으로 알고 대응해야 손해를 안 보고 ‘한다’고 하면 ‘예외가 있거나 정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알고 대응해야 손해를 면할 수 있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국민들은 토론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참여정부가 개혁의지만 내세울 뿐 도무지 국민의 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1년 전 타계한 고인이 하늘나라에서 하는 고언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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