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영웅전 제5보절박한 입장이었다 『실망할 것 없어. 한국에서 프로2단까지 된 훈현이도 4급밖에 인정받지 못한 형편이다. 네가 열심히 하면 금방 4급도 되고 3급도 될 수 있어. 3급이 되면 입단대회에 나갈 수도 있다.』
조남철8단은 이렇게 하찬석을 위로했다. 하찬석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부터 하찬석은 기타니 도장의 엄격한 수련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하찬석보다 8년 연하인 꼬마 조치훈이 먼저 와 있었다. 7세의 코흘리개 치훈은 기타니 9단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눈치였다.
게다가 실력이 뛰어난 조훈현도 이틀을 멀다 하고 드나들었다. 조훈현은 하찬석보다 5년 연하였다. 하찬석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출발은 내가 좀 늦었지만 꼭 대성해서 너희들이 우러러보게 만들고야 말겠노라고.
하찬석은 67년 봄에 조훈현과 나란히 입단하는 데 성공했다. 조치훈은 그 해 가을에 입단했다. 하찬석은 그때 이미 만19세였으므로 지극히 절박한 입장이었다. 만약 그때 입단을 못했다면 프로기사의 꿈을 버리고 귀국했을지도 모른다고 본인이 후일 실토한 바 있다.
흑14까지로 하변의 흑대마가 안정되었으나 이미 형세는 백에게 기울어 있다. 2점을 놓고 둔 위력은 모두 사라진 상태.
세고에 노인이 백15로 침투했을 때 조훈현은 흑16으로 따내어 꺼림칙했던 곳을 개운하게 했는데 이 수가 어린이 특유의 완착이었다. 어린 조훈현은 아직도 패에 대한 공포심 비슷한 것이 남아 있었던 듯하다. 흑16으로는 무조건 「가」로 헤딩하여 공격에 나섰어야 했다. (13…4)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8/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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