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특허정보도 꿰어야 보배
특허청장 김종갑
특허청장 김종갑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그저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이 역저 ‘프린키피아(Principia)’를 통해 남긴 말이다. 거인은 누구일까. 뉴턴에 앞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다.
오늘날 ‘거인’은 누구에게나 어깨를 내준다. 특허를 통한 기술정보공개제도가 바로 그렇다. 특허는 폐쇄된 게 아니라 열린 것이다. 새롭고 진보된 기술에 대해 일정기간 독점권을 허용해주는 반대 급부로 그 내용이 일반에 공개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구슬에 해당되는 특허기술을 엮어 보배로 만드는 게 특허정보공개제도다. 특허는 신기술을 뽑아내는 거인의 튼튼한 어깨인 셈이다.
특허청에 등록된 국내외 특허정보는 1억건이 넘는다. 방대한 특허정보를 활용해 기술의 발전동향, 경쟁자의 특허전략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능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특허정보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정책과제다. 유럽 특허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특허출원이 이뤄진 기술에 대해 정부 부문에서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 중인 과제가 무려 60%에 달한다. 중복 R&D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우리도 정부에서 약 6조원, 민간 부문에서 약 14조원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R&D 투자를 경쟁력 제고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 지름길이 특허정보 활용에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규 R&D 투자계획 수립단계부터 특허동향을 분석해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택, 집중할 계획이다. R&D 투자 결과물이 보다 많이 특허로 권리화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정부도 노력하겠지만 보다 절실한 것은 특허정보 활용에 대한 민간 부문의 인식전환과 투자 활성화다. 선진국 기업들의 특허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침해시비의 여지가 없는 우수한 특허획득에 있다.
특허정보를 꿰어서 보배로 만든다면 우리 경제는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R&D 투자에서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원천특허기술을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뉴턴의 과학혁명도 수많은 선행 연구가 밑바탕을 이루었다고 하지 않는가.
입력시간 : 2004-11-23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