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명품'답지 못한 위기관리

중국에서 판매되는 SK-Ⅱ 화장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촉발된 ‘중금속 화장품’ 파문이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중국 언론을 통해 랑콤ㆍ에스티로더ㆍ크리니크ㆍ크리스찬디올 등 4대 명품 화장품에서도 크롬ㆍ네오디늄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K-Ⅱ는 물론 이번에 문제가 된 명품 화장품의 국내 지사들이 앞 다퉈 해명자료를 내고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SK-Ⅱ는 현재 백화점에서 판매가 중단된 상태이고 랑콤ㆍ에스티로더 등은 환불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잇따르고 있으며 제품 구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이번 ‘중금속 화장품’ 파문으로 인해 그동안 명품 브랜드의 후광을 입고 국내서 도도하게 장사를 해오던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들이 체면을 크게 구겼다. 업체들은 정확한 자료제시나 소비자 보호책 마련보다는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거나 ‘중국 발표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애써 사안을 축소하려고 하는 등 위기관리에서는 전혀 ‘명품답지’ 못한 자세를 보였다. 물론 이들 명품 화장품 업체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중국 당국의 발표가 자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해외 유명 화장품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과는 별개로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소비자보호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검사 등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자사 제품을 애용해온 소비자들에게 대한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현재 식약청이 SK-Ⅱ 제품을 수거해 원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 발표가 중금속 화장품 파문으로 증폭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줄지 아니면 사태를 더욱 키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소나기가 오면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으로는 앞으로 발생할 또 다른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기 힘들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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