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밥 한끼가 뭐 대수라고?

“(경비 용역)계약 체결 전도 아니고 체결 후에 밥 한번 먹은 것 가지고…. 한과 선물도 고객 관리 차원에서 여러 군데 돌린 건데 경찰이 너무한 것 같다.”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숭례문 무인경비 업체가 에스원에서 KT텔레캅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중구청 공무원이 ‘접대’와 ‘선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는 발표에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1인당 1만3,000원짜리 밥을 같이 먹으며 업무협의(?)를 했고 설 명절 인사치레로 5만원밖에(?) 안 하는 한과 세트를 받은 것을 두고 ‘접대’ ‘대가성 뇌물’이라 몰아세우니 억울할 법도 하겠다. 하지만 밥 한 끼, 작은 선물 세트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선거 기간 동안 무심코 밥 한 끼 얻어먹었다간 선거법에 의해 5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과태료를 물게 된 사람들이 처음부터 ‘접대’니 ‘뇌물’이라 생각하고 그랬겠는가. 중구청 입장에서야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주장하고 싶겠지만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ㆍ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중구청의 이런 인식 수준은 지난 10일 방화로 숭례문이 무너져내린 뒤부터 이어졌다. “(관리 직원이)퇴근 이후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적절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철저히 관리ㆍ감독할 수 없었다”며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다. 평소에도 노숙자들이 숭례문에 드나들 만큼 경비가 허술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숭례문은 노숙자 천국이 아니다’라는 반박 자료를 내며 발끈했다가 사실로 확인되자 오히려 여론의 호된 뭇매에 시달렸다. 숭례문 관리 근무 일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다가 일이 터지자 부랴부랴 허위로 조작한 사실에 할 말이 없다. 중구청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퇴의 뜻을 밝히고 오세훈 시장의 공식 사과 뒤에야 슬그머니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사죄 드린다’며 ‘문화재 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억지 춘향’식 다짐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구청은 관련자 3명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 또 어떤 ‘립 서비스’를 내놓을까. 관련 공무원들의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자세가 제2, 제3의 숭례문 사태를 낳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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