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11일 항소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이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았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버지의 정(情)으로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과 막판 김 회장의 건강악화, 전향적으로 바뀐 재판자세 등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재계나 한화그룹 임직원 및 협력업체의 김 회장 선처를 위한 탄원서가 집중된데다 여론재판 성격이 강했다는 일부 지적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자신의 아들을 때린 가해자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가해자라고 가장하자 더욱 격분해 범행이 확대됐고 막상 실제 가해자인 피해자를 찾고 나서는 그리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며 ‘우발적 범행’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가 “부정이 앞선 나머지 사리분별력을 잃고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아들에게 실제 폭행을 가한 윤모씨를 찾아내고도 그리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 모두와 합의가 된 점, 범행 전후 과정에서의 법 경시적 태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한 점, 폭력전과가 없는 점과 건강상태 등도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재벌 총수에 대한 법원의 잇단 선처를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 않다. 특히 1심 재판부가 “단순폭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지난 6일 배임ㆍ횡령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해 ‘선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김 회장의 건강악화나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를 불식시켰고 경영과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