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4일] 그랜드 정션 철도


1837년 7월4일, 영국. 버밍엄에서 워링턴까지 132㎞ 구간이 개통됐다. 그랜드 정션 노선(Grand Junction RailwayㆍGJR)으로 불린 이 구간은 1930년 9월 등장한 최초의 철도 노선 리버풀~맨체스터 구간(45㎞)은 물론 어느 구간보다 길었다. 세계 최초의 장거리 노선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GJR는 철도뿐 아니라 토목공학의 신기원도 열었다. 강과 산을 건너기 위해 150여개의 다리와 터널 2개, 석조 육교 5개와 고가식 수로 2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신공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2차원에 머물던 교통로도 3차원의 영역으로 넓어졌다. GJR 개통 보름 후에는 리버풀~런던 노선도 뚫렸다. 런던과 부근의 3대 도시인 버밍엄ㆍ리버풀ㆍ맨체스터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이 완성된 것이다. GJR가 투자자들에게 10% 넘는 짭짤한 배당을 실시한다는 소식은 영국 전역에 철도 투자 붐을 일으켰다. 급속하게 확장된 철도망은 산업혁명의 과실을 전파하는 게 크게 기여했지만 문제는 투기와 무분별한 중복 투자. 프로이센과 프랑스ㆍ벨기에 등이 철도를 받아들이면서 운영과 시공주체를 공공 부문에 맡긴 것도 투기를 경계해서다. 더 큰 문제는 오늘날의 영국 철도. 1ㆍ2차 대전 기간 중 국가의 직접 운영이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1946년 국유화를 단행한 뒤 1995년 대처리즘과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민영화로 되돌아갔으나 오히려 탈선 등 대형 사고 빈발과 적자 누적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결국 대형 민영회사가 파산, 재공공화를 선택하는 혼란을 겪었다. 서부해안철도로 바뀐 GJR 노선도 적자투성이다. 대표적인 민영화 실패 사례로 꼽히는 영국 철도의 전철이 예사롭지 않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철도 민영화의 향방이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