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절상 압력 맞서자" 공감
■ 한·중·일 亞 공동통화 논의 개시유럽·미주경제권 견줄 독자 공동체 절감3국 경제력·입장차 너무 커 걸림돌역내 금융위기땐 단번에 자금 지원도
/하이데라바드(인도)=김민열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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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동 통화' 한중일 논의 개시
한ㆍ중ㆍ일 3국 재무장관이 ‘달러 블록’에서 벗어나 아시아판 유로화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통화통합 로드맵과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다자 협의체 활성화라는 두개의 축을 바탕으로 역내 공조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통화 체제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장기적으로는 역내 경제통합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시아판 유로화 나오나=아시아 공동통화 창설은 그동안 학계와 국제기구에서만 수없이 거론돼왔던 문제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ㆍ중ㆍ일 3국 정부가 아시아 공동통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한 것은 미국이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에 대한 환율절상 압력을 갈수록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이라도 유럽과 미주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아시아 지역의 독자적인 공동체 논의에 착수해야 된다는 절박감이 이 같은 합의를 낳았다. 달러ㆍ유로에 이은 제3의 아시아 단일통화를 키워야만 아시아 국가간 거래비용도 줄이는 동시에 달러화 약세에 따른 피해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선언적 의미의 뒤편에는 풀어야 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유럽과 달리 아시아국가간의 경제력 격차가 너무 큰 것이 가장 큰 제약요인이다. 경제력 격차가 클 경우 단일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회원국간의 환율ㆍ금리ㆍ물가ㆍ재정수지 면에서 경제적 수렴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입장차가 크다 보니 ADB가 추진해온 ‘아시아통화단위’(ACUㆍ Asian Currency Unit) 계획도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각국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도 많겠지만 유로화의 경험을 활용하면 유럽이 30년 걸렸던 일을 15년 이내에 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ㆍ중ㆍ일 3국은 우선 단일통화 출범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리서치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경제여건이 비슷한 국가부터 우선적으로 단일통화를 도입ㆍ확대시키는 ‘단계별 밴드제’ 등의 방안들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 금융위기 발생시 단번에 자금지원하기로=단일통화와 함께 이번 ADB에서는 CMI체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CMI는 지난 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ADB총회 때 ‘아세안+3’가 합의한 역내 자금지원제도로 각 국가들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 역내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상호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통화스와프 규모가 작고 자금지원 방식도 양자협의로 돼 있는 등 금융위기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통화스와프 규모를 현행 395억달러에서 최대 790억달러로 100% 증액하고 지원방식도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강화된 CMI)으로 바꾸기로 아세안+3 재무장관들이 최종 서명했다.
나아가 현행 양자간 계약 형태로 이뤄진 CMI체제를 다자간 체제(포스트 CMI체제)로 발전시켜나간다는 데도 합의했다. 권 국장은 “포스트 CMI체제하에서 각국은 별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필요 없이 각자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출자해 공동 기금을 조성, 이를 위기발생시 활용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 기금을 관리하기 위한 사무국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결국 ‘아시아판 IMF(AMF)’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입력시간 : 2006/05/04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