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동양과 서양의 대립과 충돌의 과정이다.' 역사학자인 안토니 파그덴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 동양과 서양의 대립과 반목의 2500년 역사를 추적하며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가 말하는 동양과 서양의 대립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의 전쟁을 의미한다. 책은 8세기 이슬람에 의한 유럽의 지배, 뒤이은 기독교의 승리로 패권을 거머쥔 서양, 그리고 최근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기독교계와 이슬람계의 대립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는 전쟁의 역사를 풀어낸다. 모든 대립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이 나눠지는 이유를 민주적인 원리 대 독재적인 원리, 세속주의 대 신정주의, 기독교 대 이슬람의 대립에서 찾는다. 이슬람 동양 사회는 인간의 의지와 계약이 아닌 신과 명령에 기반을 둔 사회인 반면, 기독교 서양사회는 모든 측면이 인간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회다. 독실한 이슬람교도 입장에서 신에 대한 모욕인 것이다. 그렇다면 동양과 서양의 화합은 가능할까. 그가 제시하는 전망은 썩 밝지 않다. 독실한 이슬람 사람들이 기독교 사회의 일부가 될 수 없고, 기독교가 이슬람의 교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대전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오래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소한 당분간 동양과 서양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그 강도가 테러와 시위 정도로 약하겠지만 2500년 동안의 싸움 만큼 불쾌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싸움 만큼이나 무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