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증시 성장동력은 퇴직연금" 적립비율 상향·稅혜택에 자산 480兆 급증'증시 수급개선.지수상승' 선순환구도 형성"국내도 제도정착 위해 다양한 유인책 필요" 시드니=박현욱 기자 hwpark@sed.co.kr "매년 급성장을 하고 있는 퇴직연금이 호주 증시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10여일 앞둔 지난 11일. 호주 시드니의 금융중심지인 시티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호주금융시장협회(AFMA)의 던컨 페어웨더 상무는 "2002년 퇴직연금 적립금이 근로자 소득의 9% 수준까지 높아진 후 퇴직연금자산 급증→증시 수급 개선→주가 상승의 선순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퇴직연금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00억달러(이하 호주달러ㆍ약 481조원)에 달한다. 호주연금펀드협회(ASFA)는 호주 퇴직연금 자산규모가 오는 2010년 9,310억달러, 2020년 1조6,9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웃돌게 되는 것이다. 퇴직연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호주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1년 10.5% 수준에서 2001년 21.0%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호주 대표지수인 ASX200도 지난해 말 4,763포인트로 2002년 말보다 58.4%나 올랐다. 호주는 이미 80년대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지만 92년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되고 2002년 퇴직연금 적립금비율이 근로자소득의 3%에서 9%로 높아진 후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다. 페어웨더 상무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적립비율 9%가 높다고 느끼지 않고 있고 많은 경우는 소득의 25~30%까지 투자하는 근로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퇴직연금 운용수익에 대한 소득세율이 15%로, 일반 소득세(15~47%)보다 크게 낮은 점도 연금가입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정부가 가입의무화와 함께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근로자들이 고령화에 따른 노후대비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퇴직연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연금사업자가 계열사 자산에 5%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외하면 특별한 규제가 없는 상태다. 국내의 경우 제도 도입 1년을 맞고 있지만 퇴직연금 적립금은 12월 현재 5,6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인구가 국내의 절반(2,100만명)에 불과한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481조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규모다. 2010년 기업들이 퇴직금 사외 적립분에 대해 손비처리를 할 수 없게 되면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지금보다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도정착을 앞당기려면 추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는 개인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정수 증권업협회 이사는 "근로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개인연금과 별도로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세제 혜택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다면 이제 시행 1년을 맞은 국내 퇴직연금도 호주시장처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2/19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