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사면초가’ 상태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마저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이라크정책에 반기를 들며 연일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고 국민들도 부시 행정부를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30%대에 머물고 있고 국민의 70%는 미국이 단일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반발에 못 이겨 결국 자신의 오른팔이자 골목대장 역할을 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여전히 ‘마이 웨이’를 고집하며 이라크 파병 증원과 예산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파병 증원을 반대하며 정책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국민들과 민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라크정책은 군 통수권자의 권한 아래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민의를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반목은 물론 정치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자들의 이념 대립, 기독교 윤리관, 동성 결혼 등을 둘러싸고 미국 사회는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의 노선을 따르지 않으면 적’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미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가장 즐겨 읽은 책은 ‘화합의 정치’를 강조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애를 담은 전기물이었다. 링컨은 대통령 당선 이전 경쟁자들이 그를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나는 교회 신자는 아니지만 결코 성경을 부인한 일이 없고 어떤 특정 종파에 대해서든 의식적으로 멸시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통합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1858년 상원의원 출마 당시 스프링필드에서 행한 이른바 ‘분열된 집안’ 연설을 통해 “내분을 일으키고 있는 집안이 오래갈 수 없듯이 미 연방도 반노예와 반자유의 양립 속에서는 계속될 수 없다”며 반목과 질시가 아닌 화합과 통합을 역설했다. 미 국민이 링컨 대통령을 ‘너’와 ‘나’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의 대통령으로 존경하고 추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이라크 파병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 사회복지 개혁 등 주요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는 분열을 조장한 부시 행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lame duck)’이 아니라 ‘데드덕(dead duck)’에 들어갔다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TV에 모습을 나타내며 대국민 담화문을 내놓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의 지친 얼굴 위로 노무현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