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지털 사회의 허와 실

1906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토지의 80%를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유명한 ‘파레토의 원칙’을 주장했다. 이 80대20의 원칙이 오늘날에도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의 논리적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즉 20%의 근로자가 80%의 일을 하고 있다거나 기업 매출의 80%가 20%의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등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기술의 혁명에 힘입어 80대20의 법칙에 반하는 경제논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에 의하면 “인터넷 비즈니스에 성공한 기업들 상당수가 20%의 머리(head) 부분이 아니라 80%의 꼬리(tail)에 기반해 성공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마존의 주 수익원은 20%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80%의 책들이었으며 그 품목의 매출 비중이 57%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애플의 뮤직스토어 ‘iTMS’ 역시 빌보드차트 순위 20%에 속하는 히트 앨범의 매출 기여도가 컸지만 나머지 80%에서 나오는 수익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꼬리가 머리를 능가할 수 있다는 이 롱테일(long tail)론은 우리에게 히트 상품이 아닌 틈새 상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으며 역발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 보고서 역시 재미있는 통계수치를 인용하면서 정보통신기술이 도입될 당시의 예측이 일정 부분 빗나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례로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활용으로 “종이 없는 사무실” 또는 “종이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오히려 종이 소비가 지난 83년부터 2003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오프라인 소매점(bricks-and-mortar retail)은 몰락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오히려 소매점포 수가 83년부터 98년까지 25% 증가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사회는 수많은 통계 정보가 범람하고 있어 때로는 실상을 왜곡하거나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IT 강국임을 드러내는 세계 4위의 브로드밴드 보급률이나 세계 1위의 IT 수출 규모, 세계 6위의 산업기술 수준 등의 통계자료는 우리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e비즈니스준비도 순위나 국가경쟁력지수는 여전히 세계 20위 내지 30위권에 머물러 있어 과연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IT 인프라를 좀더 생산적인 면에 활용하도록 하는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만약 우리 사회에 무언가 거품이 있거나 착시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면 발상의 전환과 혁신의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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