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의 대화
(세예드 모함마드 하타미 지음/지식여행 펴냄)
오늘로 9ㆍ11테러가 터진지 꼭 1년이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 공습의 수순에 들어갔다. "문명은 서로 충돌하고 투쟁하는 것인가, 상호 교류하고 대화하며 공존해 나가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무겁게 다가온다.
지난 1993년 미국의 정치학자 섀무얼 헌팅턴은 자신의 저서 '문명의 충돌'을 통해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간의 필연적 갈등을 예견했다. 서구인들은 헌팅턴의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 뜨겁게 호응했고, 이후 두 문명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지금 미국이 '자유의 수호'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치려는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충돌론이 오히려 문명간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 또한 만만찮다. 세예드 모함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그 중 한 사람. 문명간의 또 하나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는 와중에 그의 저서 '문명의 대화'가 국내에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은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간의 화합과 공존을,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간의 평등을 주창하고 있다.
하타미는 1997년 8월 대통령 취임 연설과 유엔 총회연설 등에서 문명간의 대화를 끊임없이 역설해 왔으며, 1999년 3월에는 가톨릭 최고 지도자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만남을 통해 '문명의 화해'를 몸소 실천했다. 유엔은 하타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2001년을 '문명의 대화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문명의 대화'는 그의 연설문을 모아놓은 책. 하타미 대통령은 '친애하는 한국민 여러분께'라는 머리말에서 9ㆍ11테러의 비극을 언급하면서 "더 이상의 증오와 혼란의 바벨탑 쌓기가 되지 않기 위해 문명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명의 출돌의 예견과 문명의 상호갈등에 대한 이론적인 논쟁을 떠나서 이제는 인류 모두가 협상과 평화에 대한 제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