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 1,100원선 위협 수출업체들 전전긍긍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위협하자 수출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섬유, 석유화학 업종 등은 당장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수출비중 조정 등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아직은 1,100원대의 환율이 견딜만하지만 1,100원 밑으로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부품과 원자재 등을 수입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전자, 정유업종 등은 환율 상쇄 효과 덕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환율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적응 시간 부족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을 1,150원으로 잡아 놓은 섬유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매출의 70%를 수출에 의존하는 섬유업계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액이 208억원 감소한다. 이 때문에 효성 등 섬유기업들은 비상경영 등 자구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도 환율하락이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만 현재 환율이 연초 예상했던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어 특별히 대응에 나설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다 해도 환율 변동성 확대로 시장 예측에 실패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기업들은 환율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하며 대책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주관하는 환대책회의를 상설로 운영하고 있다. LG화학 도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제통화 다변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환율 위기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자동차업종도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환율이 급락하면 수익성이 타격을 받는다. 국내 생산 물량의 60~70% 가량을 수출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는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매출이 2,000억원 가량 줄어든다. 다행스런 점은 현대ㆍ기아차 측이 올해 사업계획상 기준 환율을 1,100원으로 잡아 아직까지는 버틸만하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2007년 800원대 환율에서도 흑자를 낸 만큼 걱정스러울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그 동안 원가 절감과 현지 생산 공장 확대로 환율 리스크에서 분산시켜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환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지만 과거에 비해 환율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국ㆍ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해외 생산비중이 높은 전자업계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아 다소 여유가 있다. 하지만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원화강세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원ㆍ달러 환율 평균치를 1,110원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다. 또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통해 외생 변수의 영향을 줄이고 상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를 위한 외환관리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환율 수준이 비상대책을 수립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4ㆍ4분기 이후 환율 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 변동상황도 하루 단위로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환헤지를 하고 있는 조선업계는 환율변동이 향후 수주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00%,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80~90% 선물환 거래를 통해 환율변동 리스크를 피하고 있어 이미 수주한 선박은 환율 급락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 문제는 앞으로의 수주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조선산업의 국산화율은 90% 이상이다. 업계는 그러나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인 한국, 중국, 일본이 동시에 자국 화폐가치 절상 압력을 받고 있어 한ㆍ중ㆍ일 경쟁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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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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