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

'채권왕'의 혜안, 신용위기서도 빛 발해<br>서브프라임·美경기침체 가능성 수차례 예언<br>탁월한 시장분석·투자판단으로 고수익 기록<br>우표수집가·자선사업가·독서광으로도 유명


그가 말하면 뉴욕 월가의 채권투자자들은 귀를 귀울인다. 그의 발언은 블룸버그나 로이터 통신을 통해 곧바로 전세계에 알려진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미국의 핌코(PIMCO)의 빌 그로스(64ㆍ사진)은 전현직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나 밴 버냉키만큼 뉴스의 초점을 받는 인물이다. ‘채권의 황제’로 불리는 그는 핌코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방송에 출연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뉴스메이커다. 핌코에서 대표격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여름 이후 진행돼온 글로벌 신용경색의 와중에서도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는 한 모임에서 “그린스펀 전 FRB의장의 자문 덕분에 수십억 달러의 돈을 벌었다”고 고백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그린스펀이 조언했더라도 그의 오랜 경험을 통한 탁월한 시장분석 및 정확한 투자판단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로스의 혜안은 글로벌 신용위기에서 빛났다. 그는 신용위기가 다가오기 훨씬 이전부터 주택가격의 하락 및 이로 인한 미국경기의 침체 가능성을 여러 차례 예언했다. 그는 신용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초 경쟁사들 보다 한발 빨리 서브프라임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피해를 줄이고 금리인하에 대비, 투자방향을 전환했다. 지난해초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5%대에서 3%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자 FRB는 그가 예측한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2.0%까지 낮췄다.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토털 리턴 펀드는 지난 1년간 12.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씨티ㆍ메릴린치등 월가의 내로라는 금융기관들이 수백억대의 손실을 본 것과 대조적이다. 그로스는 UCLA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지난 1970년 퍼시픽 뮤추얼이라는 생명보험회사에 입사하면서 채권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곳에서 채권 분야 애널리스트로 일한 지 1년 만에 동료 2명과 함께 독립, 핌코를 설립했다. 이후 지금까지 36년 동안 핌코에서 활동해왔다. 핌코는 그로스와 함께 지난해말 현재 자산운용 규모 7,463억 달러의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로스가 오랜 기간 꾸준히 수익을 내며 성공한 비결로 유연성을 꼽았다. 대다수 채권 매니저들이 미국 국내 채권에만 투자를 할 때 그는 이머징마켓 채권이나 비(非) 달러화 표시 채권투자를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리스크를 줄이는 분산투자 덕분에 그가 30년 넘게 채권 왕으로 군림했다는 설명이다. 채권시장의 수많은 기록이 그로스에 의해 작성됐다. 그는 모닝스타가 선정한 ‘올해의 채권 매니저 상’을 1998년과 2000년, 2007년에 세번이나 수상했다. 모닝스타는 수상 이유로 “완벽한 투자기술과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로 투자자들에게 장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는 점을 들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지난 2001년 그에게 ‘채권 왕’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했다. 그가 이끄는 운용 팀은 투자전문지 글로벌 인베스터가 선정한 지난 25년간 가장 뛰어난 채권운용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로스가 지금 받고 있는 연봉과 보너스 규모 등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002년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가 핌코를 인수할 당시 그를 붙잡기 위해 2007년까지 매년 4,000만 달러의 연봉을 보장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메이저리그나 NBA에서 뛰고있는 최고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을 능가하는 금액이다. 월가에서는 그로스를 ‘채권시장의 피터린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장을 정확하게 읽는 혜안 및 기본을 중시하는 투자원칙이 월가의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 피터린치와 닮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에 입대하기 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루 17시간씩, 5개월 동안 블랙잭 게임에 빠졌다. 하지만 종자돈의 2% 이상을 베팅하지 않는다는 분산투자 원칙을 고수해, 단돈 200달러를 1만 달러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도 투자결정을 내리고 리스크를 산정할 때 블랙잭 등 도박게임의 방법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채권투자 외에도 전문적인 우표 투자가와 자선사업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10대에 우표수집을 시작, 전 세계의 희귀 우표를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수집한 우표들의 가치는 총 8,0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우표 경매를 통해 총 91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금 전액을 국제의료 봉사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했다. 그로스는 그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도 운영중이다. 그로스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월가의 일반적인 투자자들과 달리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그는 독서광이다. 소설, 사회학 서적을 통독하는 것은 물론 인구통계학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그로스는 지금도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나 블룸버그 단말기를 켜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경제동향을 점검한 뒤 6시면 출근한다.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2007년 미국 부자 400위 중 380위에 올라 있다. ● 빌 그로스 약력 ▲1944년 미국 오하이오주 미들타운 출생 ▲1966년 듀크 대학 심리학과 졸업, 해군장교로 복무, UCLA 경영학석사(MBA) ▲1970년 퍼시픽뮤추얼생명보험 채권 애널리스트 ▲1971년 핌코(PIMCO) 설립,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현재까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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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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