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계좌추적권 폐지해야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 교수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좌추적권(금융거래정보요구권)을 내년부터 오는 2008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부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달 말 입법예고한 뒤 17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계속 줄어 계좌추적권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발견될 때 법원의 영장 없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지난 99년 2월 5대 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2001년에 3년 더 연장됐으며 올해 2월에 자동 소멸됐다. 다시 계좌추적권을 부활시킬 이유가 없다.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의 취약성을 살펴보자. 첫째, 공정위는 내부거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자금을 다른 기업에 부당하게 유출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일 그렇다면 유출기업의 소액주주는 물론 대주주도 손해를 본다. 따라서 경영자가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내부거래를 하는 것은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는 유출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경영판단이 사후적으로 틀릴 수도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제3자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둘째, 계열기업간 내부거래를 통해 다른 비계열기업을 배제함으로써 경쟁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계열기업간 내부거래 비용이 비계열기업과의 시장거래 비용보다 더 적게 든다는 것을 의미할 뿐 경쟁 억제와는 무관하다. 더구나 국내외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화 시대에 내부거래가 진입장벽 구실을 하지는 못한다. 또한 법적·회계적으로 독립인 계열기업들이 자사의 명백한 손해를 무릅쓰고 타사의 이익을 도모하기는 어렵다. 셋째, 내부거래를 통한 다각화 경영이 기업집단 전체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열기업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이 내부거래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가능성은 하나로 통합된 대기업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양자의 경우 모두 내부거래를 단속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넷째, 기업집단 내의 독점기업이 독점이윤을 다른 계열기업으로 옮겨 독점이윤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의 궁극적인 원인은 정부에 의한 진입장벽이며 자유시장에서 단 하나의 기업이 존재한다면 이는 다른 기업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다섯째, 내부거래를 규제해 독립경영 및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유도한다고 하지만 독립경영이 계열경영보다 더 효율적이고 전문 경영인이 소유주보다 경영을 더 잘한다는 이론이나 실증은 없다. 그리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개념은 시장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생긴 여러 가지 법적 제약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니다. 공정위 주장 실효성 의문 여섯째, 공정위의 정의에 의한 부당내부거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계좌추적권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지원성 거래규모 조사 결과 98년 5월 4조여원에서 2003년 6월 6,800억원으로, 관련 기업수는 115개에서 42개로 줄어들었다. 또한 내부거래가 많았던 99년 5대 그룹 조사시 계좌추적권을 13차례 발동해 298억원의 지원금을 적발했지만 이는 관련 거래규모의 4.9%에 불과하였으며 발동 횟수도 2002년과 2003년에는 각각 한 차례로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계열기업간 내부거래를 ‘부당’이라는 이름 아래 과징금을 물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도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성을 약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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