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철도·발전 등 공익사업장 올 노사협상 '필수유지업무'에 발목

노사 구체적범위 못정해 노동委 의존 속출<br>공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최악사태 우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올해 공익사업장의 노사협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6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되는 필수유지업무의 구체적인 범위를 노사 자율로 결정하지 못한 채 외부기관인 노동위원회에 의존하는 사업장이 속출, 이들 사업장에서 노사 간 긴장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과 관련, 공동 대응에 나서고 민노총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 금속노조 및 화물연대의 교섭 난항 등이 겹친 상황 속에서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놓고 노사가 극심한 신경전에 돌입, 노사관계가 어느때보다 복잡하게 얽혀 올 하투(夏鬪)가 자칫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사용자 측은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 발생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자면 필수유지업무 유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에서는 근로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팽팽히 맞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의 의견 차가 크다 보니 노사 자율에 의한 협정 체결보다는 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업무 수준을 결정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나 이의 수용 여부를 놓고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올 초 도시철도공사를 시작으로 부산교통공사ㆍ철도공사ㆍ남동발전 등 5개 발전회사, 서울메트로ㆍ동아대의료원ㆍ한국가스공사 사용자 측이 노조와의 실질 교섭 없이 노동위원회에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노동계는 이들 회사에서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위한 노사 간 실질 교섭이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노동위원회가 결정을 내리지 말고 노사 자율 교섭으로 협정을 맺도록 당사자들에게 돌려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가 반발하자 노동위원회는 노사 자율 교섭을 통한 협정 체결을 주문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부산교통공사 사측이 낸 결정신청에 대해 노조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연맹과의 추가 교섭을 권고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서울메트로측에 오는 6월 중순까지 노조와 교섭을 더 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교섭에 들어간 연세의료원ㆍ원광대병원 등 대형 병원들도 필수유지업무 수준을 놓고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환자 범위 설정 등을 놓고 노사 간 의견 차가 크기 때문에 노동위 결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보건의료노조의 한 관계자는 “파업을 전제로 하면 노동위에 의한 필수유지업무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노사 자율 교섭을 통해 협정을 맺는 것이 목표”라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신청을 내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필수유지업무제도 철도와 지하철ㆍ항공운수사업ㆍ병원 등의 근로자들은 파업을 하더라도 차량 운전이나 응급실, 중환자실, 항공기 조정 등의 업무에 대해 필요인원을 유지해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명문화한 것으로 과거 직권조정제도를 대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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