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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하얼빈행 왜?
北 식량난 해소 돌파구 마련… "적통 권력승계 과시" 분석도中 최대곡창지대 전격 방문… 경제살리기 행보 부각 필요
베이징=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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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부터 중국을 전격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전격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7일 지린성 성도인 창춘의 난후호텔에서 후진타오 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28일 밤9시15분(한국시간 10시15분)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창춘역을 출발했다. 이때만 해도 이번 방중 때의 진입 코스였던 지린~퉁화~지안~북한의 만포로 연결되는 노선 또는 방중 때마다 선택했던 쓰핑~선양~단둥~신의주 노선을 택해 귀국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양쪽 노선의 국경지점에서 모두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고 이날 하루 종일 김 위원장의 열차가 어디로 향했는지를 놓고 설이 분분했다. 한때는 중국 정부의 동북3성 경제개발 프로젝트인 창춘ㆍ지린ㆍ투먼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창지투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김 위원장이 옌볜 조선족자치주로 이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사살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이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하얼빈행을 택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혼선에 혼선을 거듭한 동선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얼빈 시내 거의 모든 곳에서 삼엄한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하얼빈의 한 누리꾼이 '우리 집 옆으로 김 위원장 일행 차량이 지나간다' 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김 위원장의 도착을 알리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왜 전격적으로 하얼빈을 찾았을까. 예상을 뒤엎는 파격 행보인 만큼 해석도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해 말 화폐개혁 실패로 골병이 들어가는 북한경제에 최근 압록강 일대와 신의주를 중심으로 수해까지 겹치면서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얼빈에는 중국 내 최대 곡물그룹 중 하나인 베이다황이 있는 등 헤이룽장성은 중국의 최대 곡창지대 가운데 하나다.
27일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중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북한 라진항 부두의 개방확대를 포함한 북한의 개혁ㆍ개방 청사진, 6자회담에 대한 전향적 입장 등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해 중국은 북한에 식량 지원 및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곡창지대인 헤이룽장성을 돌아보며 경제 살리기 행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하얼빈행에 대한 또 다른 시각도 있다.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무장 투쟁의 주무대가 헤이룽장성이었고 바로 선친의 항일유적을 순례함으로써 차기 후계자로 지목한 삼남 김정은 권력승계의 적통을 과시하려는 북한 내부의 정치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제시대 당시 동북항일연군에 소속돼 있던 김 전 주석은 1930년대 말 일본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1942년부터 광복이 되는 1945년까지 헤이룽장성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바있다.
김 위원장은 26일 방중 첫날에도 지린시에서 김 전 주석이 다니던 중학교를 방문하고 항일유적지를 돌아보는 등 권력의 정통성을 드러내는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찾는 행보를 감안할 때 김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5월 방중 때와는 달리 전용 특별열차의 차량 수가 대폭 늘어난 점도 동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번 방중 노선과 일정이 유달리 베일에 가려져 있고 예상치 못한 차량 이동으로 취재진을 따돌리는 것도 현재의 최고권력자와 차기 권력자의 동시 이동에 따른 보안상 문제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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