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3일] 새 외교 패러다임 창출해야

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를 빨리 바꿔 남북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여당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능력과 외교팀의 운영체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외교는 국가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이러한 연유로 국가들은 상대 국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 확보와 분석을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여 이를 신속히 집행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외교능력을 배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현대외교의 의미가 과거와는 달리 보다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외교를 ‘국가 간에 발생한 사후적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좁게 해석하지 않고 ‘한 국가의 비전과 미래를 대외적으로 실천하고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넓게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일련의 외교적 사례들은 우리 외교의 후진적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미 간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협상과정,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태, 일본의 독도교육 강화 보도, ‘ARF 의장성명’ 문구 삭제, 미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주권 미지정 지역’ 변경 등의 외교적 과정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외교능력을 갖춘 국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들에는 강대국 의존적 외교가 정권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민족자존의 가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외교환경을 만들려던 지난 십수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외교의 정통성과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우왕좌왕식ㆍ임기응변식ㆍ사후 약방문식 외교적 대응과 구태의연한 외교행태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의 모든 것을 일거에 폐기하고 과거로 복원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형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외교행태가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냉철한 사고가 요구되며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변화와 국가들의 반응을 충분히 검토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국가이익에 기초해 전략적 외교를 전개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행태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도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일본의 외교행태를 보면서 우리 외교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자. 쇠고기 전면수입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철학은 무엇이었는지, 명백한 역사적 증거와 실효적 지배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부리는 일본의 정책에 수십년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우리의 독도정책에 문제는 없었는지, 남북한 관계의 비전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보자. 그리고 우리 외교도 이제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과학화돼야 한다. 정보수집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정보 분석의 정밀도를 높여 외교의 효율성도 극대화해야 한다. 관련 부서 간 협력체제의 구축도 시급하다. 이러한 것들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구현해나가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민족과 국가만이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약소국들은 외교를 통해 국가능력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강대국의 외교에 맞서 약소국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외교 전략과 외교력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꾸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해 ‘실용을 넘어 철학과 역사가 있는’, 그리고 ‘명분과 실리가 공생하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한다. 외교는 국력이다. 최근의 외교적 사태를 교훈으로 외교팀은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올바로 인식하고 우리 외교의 장단점을 통해 국익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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