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국들이 활발한 외교 행보에 나섰다. 북한의 금융제재로 2개월 이상 공전했던 6자회담이 본격 가동되며 북핵 사태가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오는 28일 미국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와 6자회담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번주 중 미국을 방문, 힐 차관보와 비공식 회동을 갖고 북한 핵시설 불능화 이행 방안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도 북핵 해결을 위해 전방위 외교전을 벌인다.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24~27일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방문, 북핵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도 다음달 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박의춘 북한 외무상 등과 북핵 문제 등 양국간 외교현안을 논의한다. 중국은 최근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무게중심을 싣는 것에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제츠 부장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의 전통적인 혈맹을 강조하고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북한 외무성은 7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과 8월 초 6자 외무장관 회담 개최를 검토해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6자 외무장관 회담과 관련, “의장국인 중국과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7월 말이나 8월 초에는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 비공식 회담과 본회담은 각각 7월 초순과 하순께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성급한 낙관론을 견제했다. 지금까지의 북핵 문제 해법이 영변원자로 폐쇄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HEU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 미국은 현재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있지만 HEU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해 6자 관련국과 HEU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현재와 같이 좋은 페이스로 상황을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BDA와 같은 새로운 난관을 조성해 우위를 차지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